[교단에서]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이다. 더위를 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특별한 시간대나 장소에서 서로 만난다면 얼마나 행운일까.

이를테면 오후 나른한 시간 나무그늘이나 시원한 강가, 하천 혹은 숲이 우거져 쉬고 싶다는 기분이 스멀스멀 느껴질 때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신박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여행의 들뜬 마음을 반영이라도 한 듯 한눈에 알아차릴 만큼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연인들과 친구, 동료, 가족을 태운 레일바이크가 바람을 가르며 산길과 도심을 반복해 지나간다. 길게 늘어선 레일바이크도 장관이지만 잠시 자신의 일을 멈추어 주변을 바라보는 일도 여유라면 여유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고 체험할 때 사람과 사물의 온전한 모습이 들어올지 모른다. 자신의 행동과 연결되는 주변의 고마움, 친절, 안전, 자신의 존재가치까지도 말이다. 개인의 새로운 경험과 땀방울이 삶의 여유와 관점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아, 내가 불과 몇 분 전, 몇 십분 전, 저 복잡한 세상에서 일과 공부에 골몰하며 살았지"하며 되뇔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다른 입장이거나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도 잠시 일상을 탈출해 꿈꾸는 동화 같은 세상에 들어가 레일바이크를 타봤으면"하고 기대할지 모른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 주변 샛길을 따라 유유히 걷는 사람들, 나지막하게 자리한 마을 풍경, 횡단보도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레일바이크가 지나가는 길에 어쩔 수 없이 건널목 안내 통제 하에 서있는 사람들, 비록 다 모르는 얼굴들이지만 서로 손 흔들어 환호해 준다. 왜 그럴까?

그저, 철로 위의 자전거 탄 이들을 바라보거나 페달을 밟으며 지나갈 뿐인데. 입장만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거나 이색적인 풍경을 만나면 마음을 활짝 여나보다.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그들과 함께 모두 철로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었을 테니까. 저마다 갈 길을 가면서 우호적이고 각자의 속도대로 걷거나 기다려주거나 달리거나 페달을 밟거나 어떤 경계도 규정짓지 않는다. 산과 물 그리고 사람, 도심이 어우러지는 자연 속 체험은 삶의 소소한 매력과 희망을 품게 한다.

어디, 환호하고 칭찬할 일 없나하고 주변을 찾아보는 것도 이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리는 방법이 아닐까. 이맘때쯤 아이들도 더위를 피해 지혜롭게 견디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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