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은지 문화부장

최근 TV채널에서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부쩍 자주 보였다. 최근 이정재가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 '헌트' 개봉과 맞물린 홍보때문이었다. 1972년생으로 올해 50살인 동갑내기 배우들이 면치기 하지 않고 국수를 먹고, 마주앉아 발씨름을 하고. 증명사진 찍듯 정직하게(?) 셀카를 찍는 모습은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방송 3사는 물론이거니와 종편채널에서는 지난 4월 종영한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되살려 특별판으로 방영, 영화 홍보에 온힘을 쏟았다. 심지어 유튜브까지 진출하더니 25살이나 어린 진행자와 야자타임을 하며 말이 많아서, 말이 너무 없어서 면박을 당하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런 둘의 노력때문인지 영화 '헌트'는 개봉 4일만에 관객 100만명, 7일만에 200만명을 단숨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적으로 톱스타 둘의 잦은 등장이 반가웠던 이유는 단순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두 배우의 전성기 시절인(현재가 전성기같기도 하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자료화면이 등장하며 그 너머의 추억들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소위 X세대로 불리며 객기를 부리거나 혹은 치기 어린 시절을 보냈던 흑역사도 소환됐고,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잊혀졌던 인연들도 스쳐지나갔다.

최근 독립서점을 취재하면서 만난 서점주인들에게 타지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지역에 정착한 계기를 물었다. 각각의 대답은 결이 달랐으나 '고향', '리즈시절', '좋은 기억'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유년시절 혹은 학창시절의 기억들은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이유가 되고 있었다.

박은지 문화부장
박은지 문화부장

최근 문화계에도 이정재, 정우성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 오래 몸 담고 있으면서 여러가지를 기획하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관련 기관 입성(?)여부를 놓고서 말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표자리를 놓고 하는 소리인데 눈길을 끄는 건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다. '리더십', '브레인', '기획력' 등 호평 보다 눈에 들어오는 건 처세술과 포장술이란 평판이다. 문화예술계가 진일보 할 수 있는 노력 보다는 처세에 급급했다느니, 겉은 그럴듯한데 실행력은 없다느니, 보수없는 명예직은 거들떠도 안볼 것이라느니 그들이 걸어온 세월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평판은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생활했던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다녔다. 질투와 견제의 목소리도 슬그머니 얹혀졌다. 누군가의 등장이 그 시절을 함께 소환시키며 설만 난무하다지만 시간은 남았고 현직들도 짱짱하게 버티고 있다. 이 기회에 그간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진짜 문화계를 위해 투신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정글같은 연예계에서 수십년간 우정을 쌓아오며 코로나19시대 영화 흥행까지 이끌어 낸 이정재, 정우성의 등장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반가운 이들의 귀환 소식을 들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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