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대 3 격파 16개국 중 '유일 무패' 행진

척박한 풍토에서 성장한 한국야구가세계 최강 미국을 무너뜨리고 한국 야구 100년사를 새로 썼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1조리그 2차전에서 이승엽(요미우리)과 최희섭(LA 다저스)의 홈런포를 앞세워 131년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 종주국 미국을 7-3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야구를 소개한 지 101년만에, 프로야구 출범 24년만에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미국 올스타팀을 물리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국야구는 그동안 아마추어 대회에서 미국과 여러차례 맞붙었지만 실질적인 프로 올스타로 구성된 국가대항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은 1958년 스탠 뮤지얼이 이끄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982년 행크 아론이 포함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한 물간 스타'들이 지도 방문한 사례가있었을 뿐 구체적인 프로 교류전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던 한국이 미국 본토에서 최강팀을 물리치는 기적을 창출한 것이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2승을 기록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국 중 유일하게 `무패' 행진을 벌이며 대망의 4강 진출도 사실상예약했다.

한국은 15일 멕시코-일본전에서 멕시코가 이기면 승자승 원칙으로 4강이 확정되고, 만약 일본이 이기더라도 다음 날로 예정된 한국-일본전에서 6점차 이상으로만지지 않으면 최소 실점 우선 원칙에 따라 준결승에 오른다.

미국이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이라고 폄하했던 한국이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즐비한 미국을 꺾을 줄을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경기였다.

미국이 선발투수로 지난 해 22승10패로 메이저리그 통틀어 최다승 투수인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를 투입해 초반 잔뜩 긴장했던 한국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은선수는 `라이언 킹' 이승엽이었다.

1회말 2사 뒤 타석에 나선 이승엽은 선발 윌리스의 초구인 시속 146㎞ 직구를통타,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으로 장식했다.

믿었던 좌완 특급 윌리스가 한 방에 맥없이 무너지자 미국 선수단 전체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승엽에 이어 김태균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송지만과 이범호의 연속 안타가 이어져 2-0으로 앞섰다.

미국은 3회초 켄 그리피 주니어가 우월 솔로아치를 그려 1점을 따라붙었으나 한국은 공수 교대 뒤 사사구 2개와 보내기번트로 1사 2,3루를 만든 뒤 이범호의 내야땅볼로 1점을 추가, 3-1로 달아났다.

한국 방망이는 4회말 다시 폭발해 미국을 그로기 상태로 내몰았다.

4회 2사 뒤 김민재가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은 `자존심'도 잊은 채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최희섭은 미국의 두 번째 투수 댄 휠러를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2구째를 걷어 올려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통렬한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에이절스타디움 전광표의 스코어는 순식간에 6-1로 벌어졌고 한국은 꿈만 같은승기를 잡은 것이다.

한국은 6회에도 김민재가 중전안타로 1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고 이날 실책 3개까지 저지른 미국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2점을 만회했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못했다.

철벽 계투작전을 펼치고 있는 한국 마운드는 선발 손민한에 이어 전병두-김병현-구대성-정대현-오승환이 줄줄이 올라 벌떼 작전을 펼치며 미국의 강타선을 산발 9안타 3실점으로 매조지했다.

미국의 마지막 타자 치퍼 존스(애틀랜타)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나자 2만여 미국팬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4천여 한국 교민들은 `대∼한민국'을 소리높이 외쳤다.

2라운드 2조 경기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이 쿠바를 7-3, 베네수엘라가 푸에르토리코를 6-0으로 각각 제압해 4팀이 모두 1승1패가 됐다.

한편 한국대표팀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2차 라운드 최종전을 벌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