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오 ‘아시아 라이벌’ 4강진출 위한 한·일戰

'한국의 2연승이냐 일본의 설욕이냐'
16일 정오(이하 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리그 한일전의 운명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박찬호(33.샌디에이고)와 와타나베 슌스케(지바 롯데) 두 투수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정통파 박찬호와 완급 조절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귀재인 와타나베는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선수다.

아마시절 160Km에 가까운 광속구를 찍어내며 1994년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진출한 박찬호는 올해로 빅리그 13년차를 맞는 베테랑이다.

데뷔 초반 빠른 볼만 뿌리는 드로어(thrower)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박찬호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강속구와 슬러브(슬라이더+커브)를 새로 배웠고 마침내 안정된 컨트롤과 타자를 압도할 줄 아는 피처(pitcher)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을 올려 아시아 선수로는 노모 히데오(시카고화이트삭스)에 이어 두 번째로 100승 고지를 돌파한 박찬호는 3월부터 시즌 때에 버금가는 151Km의 강속구로 WBC에서 방어율 0의 행진을 진행 중이어서 올해 부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면에서 불과 5cm 미만의 낮은 위치에서 공을 뿌린다는 '잠수함' 와타나베는 원래 정통파 투수에서 언더핸드로 바꾼 투수로 100Km의 느린 볼부터 130Km짜리 빠른(?) 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다.

코너 구석을 찌르는 컨트롤이 예술에 가깝고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듯 던지는 와타나베의 공에 타자들은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한다. 130Km짜리 직구는 때로는 체감속도 140Km 이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2001년 프로 데뷔 한 와타나베는 2003년 9승, 2004년 12승을 올렸고 마침내 지난해 15승 4패(방어율 2.17)를 거두며 지바 롯데가 일본시리즈 및 아시아시리즈까지6관왕을 차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WBC에서 박찬호가 한국팀의 마무리로 변신, 대만전과 일본전, 멕시코전에서 짜릿한 세이브를 올리며 경기를 깔끔히 매조지했다면 와타나베는 한국전 선발로 나와 제구력에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이며 4⅔이닝동안 몸에 맞는 공 3개로 1실점했다.

와타나베가 한국을 상대로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에이스다운 면모로 설욕을 꿈꾼다면 박찬호는 이에 맞서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 일본의 희망을 꺾을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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