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0)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외국인 개막전 4번타자'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까.

31일 도쿄돔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벌이는 정규 시즌 개막전까지 불과 나흘이 남았다.

이승엽이 이 기간 동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시범 경기를 잇달아 치르며 노곤해진 몸을 얼마나 빨리 추스르느냐에 따라 개막전 4번 기용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곤도 아키히토 요미우리 수석코치가 25일 이승엽을 개막전 4번으로 공표했으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의중은 여전히 묘연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라 감독은 26일 "기자 여러분의 예상처럼 지금의 순서대로 (개막전에) 간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 확답은 주지 않았다.

요미우리 계열의 '스포츠 호치'는 한발 더 나아가 하라 감독이 장딴지 부상으로 이승엽에게 4번 자리를 내준 고쿠보 히로키(3루수)의 개막전 4번 기용 가능성을 암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정황상 이승엽의 4번 기용은 불안한 면이 많은 게 사실.

이승엽이 26일 시범 경기 최종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것을 포함, 시범 4경기를 14타수 2안타(타율 0.143)로 끝냈다.

1981년 화이트, 1987년 크로마티에 이어 이승엽이 개막전 4번 자리를 꿰찬다면 개인적으로도 더 없는 영광이다.

특히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 명예 감독, 오사다하루(王貞治) 소프트뱅크 감독 등 일본 프로야구의 상징들이 줄줄이 거쳐간 요미우리의 4번 타자를 이승엽이 역대 70번째로 맡는다면 순식간에 일본 야구의 얼굴로 뜰 수 있다.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4번을 낙점한 것은 고쿠보,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이 부상으로 시범 경기에 거의 뛰지 못했다는 점이 반영됐다.

요미우리 선수 중 시범 경기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니오카 도모히로, 고사카 마코토, 가에미 유시유키(타율 0.224), 아베 신노스케(타율 0.154) 등 4명 뿐이다.

이중 시범 17경기에서 타율 0.390에 홈런 3방을 터뜨리고 8타점을 올린 우타자 니오카와 타율 0.304를 거둔 고사카는 각각 3번과 2번으로 낙점된 상태.

5번 기용이 유력한 다카하시는 부상 탓에 시범 경기에 늦게 뛰어들었고 마지막날 중월 3루타, 2루타, 단타 등 3안타를 몰아치며 타율을 0.474까지 끌어올렸지만 실전 감각은 부족하다.

부상 중인 고쿠보는 25일 경기에서 11타석 만에 안타를 쳤다는 게 뉴스였을 정도였다.

결국 요미우리는 시범 경기보다 한 층 긴장 속에 치러진 WBC에서 5홈런을 쏘아올리고 10타점을 쓸어 담는 등 맹활약 한 이승엽이 기존 스타들보다 나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개막전 4번 카드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피로가 쌓였던 이승엽은 시범 경기에서는 센트럴리그 투수들의 생소한 스타일에 주춤했지만 남은 기간 철저한 분석을 통해 투수들의 습성을 빨리 터득한다면 올시즌 요미우리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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