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구교수의 창업경영이야기

하늘의 제왕은 독수리다. 가장 빠를 때는 시속 200km에 육박한다. 땅에서는 치타가 시속 120km로 가장 빠르고, 바다에서는 참치가 시속 160km로 가장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하늘을 날고, 육지를 달리며, 물을 헤엄치는 세 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는 동물이 있다. 바로 오리다. 그러나 오리는 하늘을 나는 속도로는 독수리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땅에서는 치타보다, 물에서도 참치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이 반드시 장점이 되지는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없다. 하늘을 날고, 땅을 달리고, 물에서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은 오리 아니면 하기 힘든 대단한 일이지만, 그것이 시장이나 고객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장은 항상 첫째를 원한다. 육지를 달리는 속도가 치타보다 늦더라도 하늘을 나는 속도가 탁월한 독수리가 최고의 대우를 받고, 날거나 뛰지는 못하더라도 물속에서 빠른 참치가 선택 받는 곳이 시장이다. 어떤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컴퓨터를 판매하는 기업은 델 컴퓨터다. 델은 세계최초로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서 컴퓨터를 팔기 시작했다. 델은 소비자에게 경쟁자 컴퓨터 가격의 40%에 컴퓨터를 판매하는 것이 핵심 장점이었다. 소비자들은 거기에 기술개발비가 얼마가 들어갔는지, 독자로 기술 개발한 것인지, 경쟁사가 개발한 것을 카피한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상품도 모든 상품이 똑 같은 디자인과 성능으로 정형화된 것이 아니고 고객의 욕구에 맞춰서 제공해야 소비자가 선택한다. 세계시장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했고,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했다. 따라서 소비자 개개인의 까다로운 욕구를 채워주는 게 귀찮은 기업이라면 아예 돈 벌 생각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하다. 나이키처럼 거대한 기업도 고객이 원하면 고객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새겨진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운동화를 만들어 준다.

현대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경쟁자와 동일한 생산과 마케팅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의 선발자를 추월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자와 다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델은 선발자를 따라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기존의 유통망의 허점을 활용했다. 칼럼버스의 달걀처럼 델은 기존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팔고 주문생산을 했다. 컴퓨터 제조와 판매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정립한 것이다. 지금은 전세계의 동종업계에서 델의 전략을 따라 하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소비자에게 컴퓨터 직접 판매의 원조는 델이기 때문이다.

델은 경쟁사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규모는 작았지만 확실하게 잘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를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시장은 그것을 원했다. 오리처럼 모든 부분을 다 잘하려고 하지 마라.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하라.
/ 주성대 창업경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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