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구교수의 창업·경영이야기 (53)

송진구 / 주성대 창업경영과 교수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렌탈사업이 인기를 얻으면서 렌탈 시장규모가 급격하게 확장되고 있다. 빌려 쓰는 것의 범위도 매우 넓다. 심지어 친지나 친구가 적은 사람이 결혼할 때는 하객도 렌탈한다. 하객일인당 렌탈료는 5만원이다. 하객은 연령별로도 섭외가 가능하다. 그리고 사교모임에 함께 할 애인이나 가족도 렌탈이 가능하다.

맞벌이 주부들은 순면기저귀가 유아의 건강에는 좋지만 ‘빨고 삶는 과정’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일회용 기저귀를 선택한다. 그래서 유아의 건강을 고려한 순면기저귀 렌탈사업이 등장했다. 비용도 한 달에 10만원 정도로 일회용 기저귀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고가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렌탈의 기본이다. 애완견도 렌탈한다. 200만원짜리 정수기와 연수기, 비데를 월 2~3만원에 대여하여 사용한다. 휴가철에는 숙박, 식사, 홈시어터, 노래방까지 갖춘 캠핑카를 빌려서 사용한다. 또한 중요한 모임에 나가기 위해 자기 돈으로 사기 힘든 고가의 명품을 빌리기도 한다. 그래서 명품선호족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서 연간 일정 렌탈 비용을 내면 연간 3~40회의 렌탈도 가능하다.

과거에는 세탁소에서 양복을 빌려 입었지만 이제는 파티복을 렌탈해주는 곳이 있다. 파티복은 일반인들이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잘 입지 않는 의상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사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 점을 틈새시장으로 활용한 것이 파티복 대여매장이다. 파티복뿐만 아니라 그날의 의상에 맞는 액세서리, 신발, 핸드백까지 대여한다. 이들 모두의 대여가격은 약 15만원 선이다. 싼 것은 수십 만원에서 비싼 것은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파티복을 구입해서 몇 번 입어보지 못하고 장롱에 넣어두는 걸 생각하면 분명 실속 있는 선택이다.

이런 렌탈은 개인에게 국한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첨단 PDP를 기업에서 기업으로 대여하고, 어떤 회사는 컴퓨터나 프로그램도 대여해서 사용한다.

렌탈사업이 이렇듯 급격하게 확장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효용성 때문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이유는 사용에 따른 효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유할 필요는 없다. 빌려도 되는 것이다.

둘째, 생활방식과 사고의 변화 때문이다. 사용빈도가 낮고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전자제품을 구매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끝이 없다. 자고 나면 신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개를 살 가격이면 열 개를 빌려 쓸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직접 구매하기보다는 렌탈해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매입하기 전에 렌탈해서 시험 사용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구매에 따른 뒤늦은 후회를 줄일 수 있고, 큰 돈들이지 않고 유행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란의 중심에 있던 1998년 국내에서 생활제품을 처음 렌탈하기 시작한 웅진코웨이는 첫해 4만 명의 고객으로 출발해서 현재 약 350만 명의 렌탈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태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렌탈 사업규모는 13조원대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제 렌탈은 유행을 지나 명확한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빌려 쓰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요즘 시대에 과연 나는 어떤 것을 빌려주면서 렌탈족을 잡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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