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구 교수의 창업 · 경영이야기 <54>

중국에서 2천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삼십육계전략이 있다. 중국의 수 많은 전쟁 중에 삼십육계전략이 사용되지 않았던 적이 없을 만큼 전쟁에서 폭 넓게 활용되던 전략이다. 그 중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략은 36가지 전략 중 마지막 전략인 삼십육계 줄행랑(走爲上)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다다르면 어떤 사람은 후일을 기약하고 작전상 후퇴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전사한다. 누가 더 지혜로울까? 물론 후자의 정신을 높이 사야겠지만 지혜로운 것은 전자다. 패하는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선택이다. 목숨을 부지하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지만 지는 것이 뻔한 싸움에 목숨을 걸고 싸우다 전사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패할 것이 뻔한 전투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다 전사한 장군은 후세에 이름을 남기겠지만 그를 믿고 따랐던 병사들은 죽음을 면할 수 없다.

후퇴와 패배는 다르다. 전쟁에서 후퇴는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의미하게 최후의 일인이 남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자격이 없다. 리더는 전쟁에서 작전상 후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모르면 진정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만약 전투에 임하는 장군이 후퇴는 패배란 생각에 특정 지역에서 후퇴를 고려하지 않고 계속 공격만 한다면 많은 전투력이 손실되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집중적으로 투입할 전투력이 모자라게 된다.

그 결과 전장의 병사들은 장군의 전략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고 장군의 권위는 계속 도전 받아 결국은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패배하게 된다.

반면 합리적인 장군은 드넓은 전선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원과 장비를 고려하여 일부 지역에는 후퇴를 감행하고 중요한 전선에 전투력을 집중할 것이다. 즉 후퇴를 통해서 전쟁에서는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 세계 1위인 코카콜라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삼십육계 줄행랑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케이스이다. 코카콜라는 120년 전에 만들어진 회사다. 현재 200개 국가에서 하루에 10억병씩 팔린다. 7가지 약제로 만든다는 코카콜라의 제조비법은 지금도 5명 만 알고 있는 비밀이란다.

코크는 한 때 펩시에게 추격당했다. 눈 가리고 맛보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달콤한 펩시를 선택하는 사람이 3:2로 많았다. 코크는 쇼크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콜라보다 더 달콤한 뉴코크를 개발하고 사상최대의 설문조사를 했다. 10억 달러를 들여서 19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55%의 소비자가 뉴코크를 선택했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콜라제조법을 바꿔서 뉴코크를 발매했다.

그러나 10억 달러를 들인 조사가 잘못됐다는 것은 즉각 나타났다. 하루에도 수천 건의 항의전화와 항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어쩔 수 없이 클래식 코크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90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코카콜라사가 그 위기상황에서 줄행랑을 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날의 코카콜라 위상은 무너졌을 것이다.

주변에 줄행랑 기회를 놓쳐 파산한 기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만약 현재의 비즈니스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처럼 위기에서 벗어나라. 줄행랑은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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