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현도 장승공원

한낮은 지금이 가을인가 싶을 정도로 따가운 햇살이지만 가로수들은 제법 가을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청주에서 문의를 거쳐 대청호 쪽으로 가다가 구룡산 언저리로 난 꼬불꼬불 비탈길을 오르면 바빠 움직이던 차량물결은 어느새 사라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9굽이로 이름지어진 고갯길을 오르다 보면 활짝 웃으며 어서오라는 장승, 썩소를 지으면 왜왔냐는 듯 묻는 장승,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어서와유’ 하는 장승들이 굽이굽이마다 세워져 있다.

9굽이를 지나 산 중턱에 오르면 2~3가구가 살고있는 자연 마을이 나오고 자그마한 길이 이어진 산길이 운치를 더한다.

현도 장승공원은 지난 2004년 폭설로 고사된 나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중에 어메니티 사업의 일환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나무 등을 마을 주민들과 소유주들이 무료로 제공하고 일부는 벌목업체와 청주청원삼림조합에서 기증해 2005년 6월 조성된 공원이다.

500개가 넘는 장승들이 있지만 모두 제각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죽은 나무에서 새 생명을 얻은 장승들은 각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장승이 아니다.

거대한 남근을 치켜세운 변강쇠 장승,대물 동자승,축 늘어진 젖가슴을 달고 있는 할머니 장승,코주부 장승,뻐드러진 이를 내놓고 웃는 장승 등 천태만상이며 해학적,코미디적이라 웃음이 절로 나오고 한번 만져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구룡산 등산로를 감싸고 있는 장승길을 따라 20분정도 올라가면 구룡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에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입이 쩍 하고 벌어진다.

S자의 자태를 자랑하며 요염하게 흐르는 대청호와 청남대를 둘러싼 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구룡산의 이름에 걸맞게 정상 삿갓봉에는 여의주를 입에물고 바로 승천이라도 할 듯한 10m이상의 용한마리가 살고 있다.

2년이란 세월과 사람들의 손때로 몸통이 까맣게 변해버린 용은 구룡산을 지키는 용신인것 같기도 하다.

눈을 감고 정상 의자에서 가을의 바람을 맞고, 눈을 떴을때 하늘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신선이 바로 이런 곳에서 노닐었지 않았나 싶다.

이 곳 장승공원에서 구룡산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현암사라는 절을 만날 수 있다. 구룡산의 등산 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또한 올라간 곳으로 다시 내려와 대청호반의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고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미술관, 한씨 종친 시조인 한란의 태실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 연인과 손잡고 장승들이 반겨주며 한폭의 그림같은 비경이 있는 장승공원으로 산책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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