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청주예술의전당서 낭송회

마음을 가리키는 시 제13집 '징검다리에 부는 바람' / 고두미

많은 좌표들이 너울 속으로/ 사라지고 갈수록/ 갑판은 남루해지는데 나는/ 무얼 바라 이토록/ 떠가는 것이냐 지금도/ 등이 굽는 돛대를/ 고집스레 세우고는 - 장문석 시 ‘율도국‘중에서

‘마음을 가리키는 시’(회장 이종대) 동인이 13번째 시집 ‘징검다리에 부는 바람’(고두미)를 펴내고 오는 27일 오후 7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낭송회를 연다.

마음을 가리키는 시는 지난 1991년 창립한 시동인으로 정회원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청주 흥덕사에 간행된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에서 지심(指心)을 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동인의 이름이다.

매해 한 번 동인지를 발간해온 이들은 시 낭송과 노래의 밤을 비롯해 문학기행을 통해 문학 인구의 저변 확대와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영동 상촌과 보은, 괴산, 충주, 대전, 청주 등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며 하는 일도 다르지만 시인들이 담아낸 시어 만큼을 지친 마음을 달래기 충분하다.

시집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는 임헌부, 강희철, 신동인, 윤석위, 박천호, 허의행, 성낙수, 이석우, 장문석, 도종환, 조원진, 이종대 등 12명.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 계절의 감성을 표현한 시들이 시인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온기로 시절의 감동을 이야기한다.

괴산 출신의 신동인 시인은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와 ‘그는 누구인갗 등 모두 일곱편의 시를 발표했다. ‘봄은 이미 멀리 있고/ 가을도 저만치 가고 있지만/ 때때로 가슴 울컥인 만큼/ 순해져 가는/ 그는 누구인갗고 묻는 질문에서 사랑과 슬픔으로 빛나는 초가을 들판의 넉넉함에 침잠한다.

또한 ‘그리운 대로 그리운 곳에 가면/ 숨었던 세월과 강과 산들이/ 새롭게 숨을 쉬며 계절을 넘나들고’있는 풍경에서는 가슴 시린 계절, 그리움 가득 추억할 거리들을 생각나게 한다.

윤석위 시인은 ‘장대높이뛰기’에서 가을 엘레나 이신바예바를 외쳤다. ‘금빛 볏줄기를 휘고 있던/ 벼메뚜기/ 장대를 놓고/ 푸른 가을로 뛰어 오른다’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자연에 유독 특별한 애정을 부여한다. 자연에서 삶의 진리를 건져올리는 두레박이 곧 시(詩)다.

박천호 시인은 ‘두릅을 꺾으며’에서는 이렇게 노래한다. 순해지기 위해 좀더 날카로워져야 하며 부드러워지기 위해서 더욱 아프게 뒹글어야 한다고. 날카로워지기 위해선 한없이 순해져야 하고 못내 부드러워지려면 끝없이 외로워야 한다고.

이번 시집에는 표제작을 지은 성낙수 시인은 징검다리 연작을 비롯해, 도종환 시인의 신작시 ‘새벽초당’ 등 시인들의 삶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던 삶의 풍경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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