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문계간지 창간한 청주대 임승빈교수

▲ "다채로운 현대시에 대해 좀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숙고하며 내밀성을 추구할때"라고 말하는 임승빈 청주대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시 전문 계간지 '딩아돌하'를 창간했다.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다채로워진 현대시에 대해 이제는 좀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숙고하며 내밀성을 추구할 때입니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임승빈 교수(55·사진)가 '한국시의 진정한 내밀성'을 화두로 시 전문 계간지 '딩아돌하'를 창간했다.

전국지를 표방하고 있는 '딩아돌하'에는 평론가 백운복 교수(서원대)와 한상남·박순원 시인, 평론가 김정숙씨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신영순·서은경·심억수·신준수·권정숙·김선중 시인이 창간 멤버로 계간지 태동에 함께 했다.

우리 문학이 새로운 변모를 꾀하던 시기, 정지용·조명희·홍명희·권태응·오장환 등 새로운 문학을 이끈 선구적 문학인들이 많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소극적이고 다른지역을 따라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충북 문학과 문화현실을 바꿔보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것이 시 계간 전문지 창간 배경이다.

임 교수는 "제주에는 '다층', 강원도에 '시와 세계', 대전에는 문학종합지 '문학마당' 등이 지역을 근거로 출간되고 있지만 정작 근대문학사에서 창조정신이 가장 왕성했던 우리지역에는 제대로된 문학전문지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시에 대한 열기를 북돋우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딩아돌하'는 고려가요 '정석가'의 첫구절이면서 후렴구로 '당신이 오시는 길에 울려퍼지는 편경(編磬)과 같은 악기의 음악소리'를 뜻한다. 굳이 '정이여, 돌이여'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임 교수에 따르면 일종의 후렴구 성격을 갖는 이 말은 '충북문학의 자존심을 바탕으로 한국시의 맑은 울림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임 교수는 "정석가는 '물기가 하나도 없이 파삭파삭한 모래사장에 밤알을 심어서 싹이 돋기 전에는 당신과 헤어지지 않겠다'며 불가능성을 들어 염원을 추구한 절실한 사랑노래"라며 "'딩아돌하'라는 제목에는 시의 본질적 가치와 효용을 통해 한국시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염원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초대시로 황동규 시인의 '가을날, 다행이다'와 '뜯기기 전'을 수록했으며 문예진흥원장을 지낸 문덕수 시인으로부터 '한국시의 현주소-한국시의 동서남북'이라는 글을 받아 기획연재로 소개했다. 또 전 서강대 교수이면서 문화인류학자인 김열규 교수의 '딩아돌하' 사랑시 읽기 코너를 통해 한국시 가운데 사랑을 노래한 시 해석을 연재할 예정이다. 중견시인을 소개하는 '이 시인을 주목한다'에서는 이수익의 '배후는 따뜻하다'외 9편과 박호영의 '버려진 존재들에 대한 전환적 인식'을 조명했다.

임 교수는 "신작시를 소개하는 코너에선 대구와 광주, 목포, 대전, 서울 등 다양한 지역 작가들과 충북지역 시인 다섯명의 신작시를 소개했다"며 "전국지이다보니 충북지역 시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실을 수 없어 아쉽지만 다른 지역의 좋은 시와 우리 지역 좋은 시를 서로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딩아돌하'가 추구하는 한국시의 내밀성(內密性)에 대해 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밖으로 뻗었던 가지들이 다시 안쪽으로 휘는 듯한 느낌을 지닌 한 그루 나무. 자꾸만 덧붙여 그리는 가지 때문에 나무의 윗부분이 아주 빽빽해지는 그런 느낌을 내밀성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줄기와 가지가 서로 밀어내고 끌어당기며 조화를 이뤄 잎 무성한 한 그루 거목이 되듯이 내밀성을 바탕할 때에만 비로소 한국시는 원심력과 구심력, 집중과 확산, 개별성과 보편성, 세계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다고 본다."

임 교수는 "전국에 200여종의 문학지가 나오지만 작품 수준도 안되는 글을 게재하고 원고료도 주지 않으면서 함량미달의 문학인만 양산하는 문학지는 되고 싶지 않다"며 "한국시의 당당한 자긍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정기구독자들과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딩아돌하문화인협회 구성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세미나와 문학기행, 해설이 있는 시낭송회를 열며 지역 문학과 문화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빠르면 내년 2월부터는 직접 메가폰을 잡고 한달에 한번 해설이 있는 시낭송회를 열 계획이다.

시집 '하늘뜨락'외 3권을 펴낸 임 교수는 현재 충북·청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3년간 신인문학 동인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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