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거리 시인 증재록, '사랑은 그냥 사랑이야' 펴내

▲ 증재록 시인
문단의 초야에 발딛고 선 '짓거리 시인' 증재록(60)은 시(詩)야말로 '자신을 위한 가장 행복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시(詩)의 좋은 재료가 되는 '생활의 발견' 노하우를 일러주며 꼬박 4년 넘게 시민들을 만나고 시 쓰기를 전파해온 그다.

그 결과 최근 청주시립정보도서관과 금왕도서관 등에선 그가 배출한 생활문학인들이 세번째, 네번째 동인지를 씩씩하게 펴내고 있다. 시인 자신 또한 최근 '사랑은 그냥 사랑이야'(문예촌)라는 제목의 새로운 시집을 펴냈다.

무언가를 짓는다는 뜻의 '짓'과 재료를 뜻하는 '거리'를 결합해 '짓거리=지을 거리' 시인이라고 칭하는 시인은 남모르게 쌓아온 '시의집=시집'이 수십권에 달하면서 올해 남다른 성과를 맛봤다. 초야에 우뚝 솟아있는 시들의 집을 보고 사람들의 호기심도 발동했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특별한 것이 시가 아니다. 시의 재료는 생활 속에 널려 있다' 증 시인의 지론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좀더 속내를 드러내자면 시민 모두가 시인이 돼야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시인은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평범한 주부들이 도서관을 찾아 시를 만나고 책을 내면서 그들 자신은 물론 가족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고, 음성군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만난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은 60∼70년의 연륜을 기반으로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깨달음의 시들을 쏟아냈다.

증 시인은 "한 많은 삶을 산 할머니들의 시에는 행간 마다마다에 고난의 고개를 오르며 돌아나가는 굽이의 걸음걸이를 발견하게 된다. 느닷없이 던진 한마디 '선생님! 입이 싸구려라 시가 안돼요'라는 말에 멍해지고 말았다. 삶의 담금질을 거쳐 툭툭 튀어나오는 말마디가 시가 되어 숨통을 트인다"고 전했다.

▲ 증재록 시인이 펴내거나 창간을 도운 책들.
시란 인간의 풍경을 진실로 그리는 것이라고 믿기에 '검증받지 않은 문학인을 양산한다'는 말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시인은 얼마전 음성군노인종합복지회관의 할머니 시인 4명을 도와 시집 '먼 훗날 아름답게 수놓으리'를 펴냈다.

그리고 음성 금왕도서관 시창작교실 수강생들로 이뤄진 짓거리시문학회는 4집 '낙엽타는 냄새에 배인 연가'를, 청주시립정보도서관 문화교실 수강생들로 이뤄진 시울림문학회는 세번째 시집 '돋보기로 모은 햇살'을 출간했다. 그러나 어느때이고 그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다. 자신의 시집 '사랑은 그냥 사랑이야' 또한 조용히 보내왔을 뿐이다

그의 말마따나 시(詩) 봉사도 결국 시인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시창작교실에서 만난 인연 30여명이 문단에 등단하고 또 각종 백일장에서 수상하는 소식을 접할때면 길안내자로서의 자부심을 굳이 감추고 싶지 않다.

참고 할 책을 좀 보여달라 했더니 시인이 가져온 시집이 한보따리다. 시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들의 몫이고 자신은 시를 지을 재료의 발견을 돕는 안내자라고 말하는 시인. 증 시인은 '시인은 자격증이 아니다'는 말로 문학의 보편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움직임의 짓, 생활 속의 문학 집짓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문학이 맨날 저만큼 있으면 안되지요'라는 게 이유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지난 1968년 시문시극 및 각종 문예지 활동을 하며 문단에 나온 이후 음성문학회를 창립하고 음성문학과 원남문학을 창간했다. 글갈골 발행인, 한국문인협회음성지부장, 한국예총음성군지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푸시개(1987), 똥(1989), 땅(1990), 땡(1992), 아! 음성(1995), 허깨비의 애련(1998), 고향풍경(2000) 등이 있고 짓거리 시창작교실과 청주시립정보도서관 문화교실에 출강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