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야채·과일 가격도 저렴

14일 오전 5시 청주 육거리 새벽시장.

아직 어둠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상인들은 길 양쪽으로 나란히 가판대를 펼치고 앉아있다.

육거리 농협부터 꽃다리까지 약 1㎞ 인도에서 새벽시장이 열리고 있다.

인심좋아 보이는 할머니한테 갔다.

방죽에서 잡았다는 우렁이와 호박잎, 깻잎, 오이, 애호박 등 채소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호박잎 한단에 600원씩 2단을 사고, 우렁이 한 그릇을 3천원 주고 샀다.

낮에 사면 호박잎은 1천원, 우렁이는 5천원은 줘야한다며 싼 가격을 자랑한다.

얼마벌이가 되는지 묻자 말 않고 웃으며 "이렇게 해서 애들 다 대학공부 시키고, 시집·장가 보냈지"라며 대답을 대신한다.

새벽시장은 분주했다.

길가에 트럭을 세워놓고 남편은 배추 뿌리를 다듬고, 부인은 비닐봉지에 담고, 손님은 부지런히 자신의 차에 싣는 모습이 손발이 척척맞는다.

청주시내 용암동에서 온 한 식당주인은 "값이 싼 것은 물론 신선해서 좋다"며 "식당 손님들에게 보다 맛있는 음식을 드리기위해 거의 날마다 육거리 새벽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조금 내려가니 생선 좌판대에서 부지런히 꽁치와 오징어를 다듬는 아저씨가 있다. 새벽 생선이 더 신선하냐고 물어보니 "안 그렇다. 다 똑 같다"는 말이 솔직하게 들렸다.

그는 시장안에 수산물 도매 전문매장을 갖고 있다. 새벽 손님이 많아 10년전부터 새벽에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날 먹은 술이 덜 깨서인지 그는 오는 손님들을 바로 옆 커피 판매 아줌마에게 끌고가 커피 대접을 한다.

한 할머니가 "그렇게 해서 언제 돈 모으냐"고 자식같은 걱정을 한다.

"걱정마세요.먹고 살 형편은 되니까요"라며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것 아닌가요. 손님들이 제 생선 팔아주고, 저는 커피 대접하며 (커피장사하는) 아줌마 팔아주고, 서로 상부상조해야죠"라고 말한다.

한켠에서 새벽 일찍 나오느라 배를 곯은 아줌마들이 수제비 국밥을 먹는다. 배추, 고추, 취나물, 진대나물, 상추, 더덕, 장뇌삼, 장아찌, 참외, 수박, 매실부터 올갱이, 미꾸라지 등 육거리 새벽시장에는 있는 건 다 있고, 없는 건 없다.

시장 사람들이 잘 가는 근처 한 식당을 들어갔다.

50대 넘어보이는 아저씨들이 막 삶은 감자, 건빵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사발씩 들이키고 있다. 막걸리 한잔에 1천원, 수제비 국밥은 2천원 이란다.

이곳에서는 사는 이야기와 농사 정보가 교환된다. 방울 토마토 작황이 어떻고, 앞으로 어떤 채소가 많이 팔릴 것 같다는 등 중요한 내용이다.

여기서 새벽시장 상인 모임인 육거리 새벽회 박병규 회장(53)을 만났다.

청원 남일면 화당리에서 1만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고있는 그는 부인과 함께 15년전부터 이곳에서 채소와 과일을 팔고있다.

현재 새벽시장에는 보따리부터 트럭에 이르기까지 150∼200명 정도 상인들이 있고, 하루 평균 400∼500여명의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그는 "깡(경매시장)보다 12시간 차이가 나 그만큼 신선하다"며 "도매값보다도 싸니 다른 재래시장 상인들은 물론 천안이나 평택에서도 이곳을 찾고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를 둘러싼 청원·보은·증평·진천과 멀리 음성에서 새벽 상인들이 찾아온다.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입점 업체들이 자기 장사를 위해 가게 앞에 좌판을 허락하지않아 이들이 차지할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가장 걱정되는게 상인들이나 손님들 교통사고예요. 주차나 가로등, 청소 등 지금은 자리가 잡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주차시설도 있고, 조금 넓은 새벽시장을 갖는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육거리 새벽시장. 그곳은 항상 시끄럽다. 상인과 손님의 흥정소리 만큼 이내 웃음이 넘치고 정이 쏟아진다.그곳에는 부지런한 사람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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