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비·부품업체 세미테크㈜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초급간부가 직원 30여명의 소기업으로, 그것도 적은 임금을 무시하고 직장을 옮겼다?'

한창 잘 나가던 40대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있는 차동열(44) 세미테크(주) 사업본부장을 충북 청원 오창과학단지에서 만났다.

▲ 16년의 대기업 생활을 접고 반도체 설비·부품업체인 세미테크㈜로 자리를 옮긴 차동열 세미테크㈜사업본부장이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
"굳이 못밝힐 이유는 없지만 전 직장에 대한 예의상 밝히지않는게 어떠냐"는데 선뜻 동의했다.

그는 지금의 세미테크(주)에서의 일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낀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1980년대 청주기계공고와 충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차 본부장은 펄프회사와 반도체 회사를 다닌 16년의 대기업 생활을 접고 지난해 1월 반도체 설비·부품업체인 세미테크(주)로 이직했다.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나이 60이 넘어서도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역할이나 능력을 좀 더 키울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세미테크(주)로 결론이 나더군요. 이곳으로 옮긴 후 그동안 배운 장비기술을 시스템화하는 등 시작은 성공적입니다. 그만큼 회사도 성장했고요"

할 일이 많아 즐겁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거침없는 일 사랑에 항심(抗心)이 들어 돈 문제를 꺼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물론 적지요.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다보면 당연히 늘어나는 게 월급 아닌가요. 규모가 작다보니 성장을 금방 느낄 수가 있어요"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난해 (주)세미테크(주)에 입사했을때만해도 자재창고가 텅 비어있었다. 언제 이곳을 채울까 고민도 했으나 지금은 1천500㎡(약 500평) 정도의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조만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05년 127억원의 매출액은 차 본부장이 가세하면서 21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목표는 400억원으로 상반기중 190억원을 이미 달성, 상향조정을 검토중이다. 내년에는 600억원, 2010년엔 1천억원이 목표다.

반도체 경기의 부침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꾸준한 고객개발과 아이템 개발, 정확한 내부분석을 통한 아웃소싱, 신규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세미테크(주)는 지난해 말 위조 신분증 감별기인 'ID-체커'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주민등록증을 기기에 삽입하는 단순한 절차만으로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초정밀 위조 신분증까지 감별할 수 있는 기기다. 위조판독 시간이 불과 4초 걸리는 'ID-체커'는 다른 PC나 전자기기와 연결할 필요없이 자체 기기만으로 동작하고, 스캐닝을 자동으로 실시하며, 지문인식 시스템 등을 외장에 장착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 시장에 선 뵐 'ID-체커'는 은행권,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으로 미국 등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같은 신규사업으로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세미테크(주)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수급이다.

회사 특성상 반도체 설비분야의 3년 이상 유경력자가 필요하나 대기업과 비교해 열악한 채용조건이 걸림돌이다. 하반기 2 공장 가동과 내년 본사 이전계획 등 최소 30여명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나 원하는 인재를 모셔오기가 쉽지않다.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인력채용을 하고있지만 지난해 겨우 2명만을 선발했다고 한다.

차 본부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눈높이 취업을 강조했다.

"자신의 능력과 기업의 미래는 보지않고 모든 사람이 수도권의 대기업만을 쫓고 있어요. 회사의 겉모습만 보고 입사했다가 적응 못하고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아다니는게 그만큼 다른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요"라며 당장의 이익보다 자신이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할 것으로 조언했다.

그는 기업체를 지원하기위한 산학연관 시스템의 효율적 운용을 당부하기도 했다.

"충북도를 비롯한 정부산하 기관, 대학들이 앞다퉈 중소기업을 돕는데 나서고 있지만 기업의 변화하는 속도를 못맞추는 것 같아요"라며 "보다 기업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기업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실질적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명인 세미(SEMI)는 만족스럽게(Satisfaction), 열정적으로(Enthusiasm), 휴머니즘으로(Morality), 감동적으로(Impressive)의 첫글자를 따오고 있다.

반도체 장치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선도해온 세미테크(주)의 열린 정신과 도전 정신이 충북 청원 오창과학단지에서 용트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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