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상우공장 박경신 상무

▲ 박경신 상무
'너 나 우리 모두 공부하는 자세로 일하자'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에 있는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 공장의 곳곳에 붙어있는 문구다.

말 그대로 한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속에 밑줄 그어가며 책 한장, 한장을 넘기는 차분함과 신중함이 느껴진다.

올 초 임원으로 승진한 뒤 한달전 이곳 음성 상우리의 FAB2 장으로 공장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경신 상무(47)를 만났다.

그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긴장도 되고, (자신에게)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위기감도 드네요. 반도체 분야에서 20여년 근무해온 작은 역량을 보다 발휘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5대 핵심 전략인 최고의 인재, 앞선 제도, 고객중심, 기술중시, 글로벌화에 맞춰 상우공장을 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장으로 발전시키겠다"며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경쟁률과 이익률을 내는 회사로 자리잡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종합반도체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에 위치한 동부하이텍 반도체 공장 내부전경.
동부 하이텍 상우공장은 600여명의 생산·관리직과 200명 가까운 연구인력이 있다. 동부 하이텍은 국내 1위 비메모리 위탁 생산업체지만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사업에 올인하는 동안 동부 하이텍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의 비메모리 사업에 전념해 오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동부 하이텍의 비전과 열정은 상우 공장 1층 현관에 걸려있는 '비메모리업에 헌신하여 조국의 선진화에 기여하자'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휘호에서 찾을 수 있다.

2년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박 상무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는 얼마전 과장급 이상 78명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최근 베스트 셀러인 존 고든이 지은 '에너지 버스'다.

"바쁜 엔지니어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되기에 활자가 크고 두껍지 않은 책을 골랐지요. 대신 독후감을 모두에게 받았어요"라며 "몇줄이라도 글을 쓰다보면 진정성이 깃들고, 상대의 마음과 팀의 분위기를 알수있잖아요.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려 전원이 참여해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목표지향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두들 세상을 어떻게 살고, 조직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하는 지,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그는 한달 동안 150여명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동부 하이텍에 올인해 인생의 승부를 걸고 싶다는 직원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들의 열망을 실현하기위해서는 회사의 비전과, 팀의 미션이 어우러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인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즉 인재를 얼마나 육성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을 끌어올리느냐가 첫번째 고민이고, 그 다음이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동부 하이텍 상우공장에는 지역 대학중 청주대학교 출신이 많다. 현재 주성대, 음성 극동대, 충청대와 산학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

자리를 함께 한 이근창 인사팀 부장에게 노사관계를 물었다.

"노조는 없고,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상생의 노력을 하고 있어요. 상장회사다보니 회사의 경영실적을 뻔히 알 수 있어 무리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요"라며 "동종업계와 비교해 기본급은 차이가 없지만 이익분배를 못해주는게 회사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9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는 설명이다.

동부 하이텍엔 다물단이란 400여명의 사원 모임이 있다.

'다물'이란 '옛 영토를 다시 찾는다'는 고구려 말로 고조선을 계승한다는 민족의식이 깃든 역사용어다. 이 다물단은 6애(애국, 애족, 애향, 애민, 애업, 애덕)을 내걸고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역사속에서 현재의 자기를 성찰하며, 지역봉사활동도 열심이다.

지금 당장의 수익에 집착하지않고 반도체 시장의 블루오션인 비메모리 사업을 고집하는 동부 하이텍의 정신이 바로 다물이 아닌가 싶었다.

박경신 상무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회사가 잘되어서 언론에 크게 날 것이다"라며 "현재는 설계부문 없이 웨이퍼 가공역할을 하고있지만 앞으로 팹리스(Fabless·반도체설계전문회사) 디자인 전문회사와 연계해 디자인, 가공, 모듈 제작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는 말속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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