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이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주고 있는 가운데 옥수수, 밀 등 국제 곡물가격도 급등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몇 일전에는 북미산 봄밀 가격이 하루만에 20%나 폭등하기도 했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곧바로 빵, 라면, 국수 등 생계형 먹을거리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서민생활에 큰 부담이 된다. 얼마 전 일부 라면회사의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한 보도로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옥수수, 밀, 콩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라 한다. 이 용어는 농업을 의미하는 애그리컬쳐(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업발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이러한 최근의 곡물가격 급등은 공급측면에서 세계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부진 등으로 곡물 생산국들이 자국내 내수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을 규제함에 따라 공급불안이 확대된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수요측면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이들 국가의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육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게 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게다가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휘발유의 대체에너지로 곡물을 재료로 한 바이오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도 국제 곡물 수요 급증의 한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최근 미 달러화 약세 등에 따라 미 달러화 자산에 투자되었던 자금이 곡물 등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게 된 것도 곡물가격 급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곡물은 대체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유가보다 더 광범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 수출국들이 자원 민족주의를 강화하게 되면 곡물 수입국의 경우에는 식량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식량 안보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곡물 자급률이 28%에 불과하고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