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 물가상승에 소비심리까지 '꽁꽁'

■ 재래시장 가보니… 상인들 답답함에 한숨소리만

"오늘 아직 개시도 못했어…"

9일 오전 11시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에 있는 북부시장. 이곳에서 나물과 각종 야채 등 농산물을 판매하는 김양순(69·여) 할머니는 '요즘 장사가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나뿐만이 아냐. 주변 가게 앞에 서 있는 오토바이 봐. 한참 배달 하고 물건 날라야 될 오토바이가 일감이 없어서 저렇게 놀고 있는거야. 끝날시간 되면 누가 먼저 문 닫고 들어가나. 그 눈치만 본다니까" 김 할머니의 씁쓸한 설명이 이어졌다.

▲ 9일 오전 청주 북부시장은 썰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물가 등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없고 적막감만 감돌았다.
"요즘 물가도 너무 많이 올랐고 젊은 사람들 많이 가는 큰 슈퍼마켓 있잖아. 그게 청주 여기저기에 생기면서부터 하루에 많이 팔면 2만원이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각종 생필품은 물론이고 농·축산물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북부시장은 180여개의 영세 업체들이 모여 있는 37년된 재래시장이다.

이곳은 청주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대형마트로 인한 고객 이동과 최근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영세 중소 업체들의 체감경기는 크게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30년 넘게 북부시장에서 슈퍼를 경영 했다는 이춘백(67) 번영회장은 "장사를 해도 노는 날 같이 한산해진게 사실이고 수십년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던 사람들도 많이들 떠났다"며 "장사해서 가게 임대료 내기도 버거운 판에 누가 장사를 계속하겠느냐"며 푸념했다.

이곳의 가게 임대료는 평균 7평 정도의 크기가 월 20~30만원, 더 큰 곳은 5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는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바람에 손님들이 제품 가격을 먼저 알고 찾아옵니다. 인터넷에서 사면 유통비용이 빠지니까 저렴할 수 밖에 없지요. 하도 장사가 안되서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모아놓고 세일 행사라도 하자고 제안했더니 남는게 없는데 어떻게 세일을 하냐고들 합디다" 이 회장은 북부시장의 최근 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지난 1999년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이전으로 큰 타격을 입은 청주 사직재래시장으로 이동해 시장상황을 둘러봤지만 물가의 고공행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신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띄고 어떤 곳은 송두리째 텅 비어 있기도 했다.

사직종합시장안에서 15년동안 라디오, 면도기 등 전기제품을 팔아온 박성자(59·여)씨는 하나 둘 씩 문을 닫는 주위 점포와 홀로 남겨져 있는 가판대를 보면서 고사 직전의 재래시장을 한탄했다.

"청주에 대형마트가 또 생긴다는 소식을 얼마전 신문에서 봤어요. 계속 오르는 물가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지금도 죽겠는데 또 생기면 떠나가는 사람들이 또 생기겠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부시장 이춘백 번영회장은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자본, 입지 등에 있어서 애초부터 불가능한 얘기"라며 "재래시장도 대형마트와 차별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재래시장만의 특성을 살려 진열과 청결, 원산지 표시 등 손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고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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