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값 뛰고 아파트 미분양 속출

설자리 잃어가는 지역건설업계

〈글싣는 순서〉

(상) 숨도 제대로 못쉬는 전문업체
(중) 아파트 지역 설비업체 외면
(하) 지방 건설사들 '샌드위치'

충북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생존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다 지역내 아파트 등 대형 건설공사에서 수주 기회를 좀처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충북도를 비롯해 일선 지자체가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벼랑끝까지 몰린 지역 전문·설비·주택건설업계의 현실을 점검해 본다. / 편집자

지역 중견 건설 전문건설사인 A사는 청주·충주, 경기 광주 현장에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 150톤의 철근이 필요한데 이중 70% 정도만 겨우 공급돼 모든 공정이 뒤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침체된 주택시장에 원자재·유류 가격 상승까지 겹쳐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 전문 건설업계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대형 업체들이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는 바람에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7만3천772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7월 말 현재 16만여가구로 폭증했다.

원자재 대란과 미분양 증가는 전문건설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업체가 암울한 상황 앞에서 현기증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틀거리는 대형사 앞에 한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업체가 있다. 소위 '하청 건설업체'로 불리는 지역 2천700여개 이상의 충북 전문건설업체.

그들 앞의 현실은 팍팍하다. 2008년 들어서 하루 평균 두 개 업체가 쓰러져가고 있다. 공공건설의 원자재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만 5천700억원 이상, 민간 건설분까지 더한다면 액수는 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뽑은 전국 29개의 공공 공사현장에서는 60여 개의 업체가 공사 지연 혹은 중단 상태다.

이상열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장은 "간신히 버티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이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올 하반기, 내년 상반기에는 훨씬 많은 수의 업체가 무너질 것으로 본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더욱이 심각한 상황은 전문건설업체의 위기가 단순한 현재의 시장 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일상적인 어려움에 현재의 위기가 더해진 것. 결국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상황이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지역 중견사인 H사 대표는 "주종관계와 다를 바 없는 종합건설사와의 하도급 계약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의 업체 위기도 결국 종합건설사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원도급과 하도급 관계의 건설계약에 의한 불공정한 관계, 이로 인해 위기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건설협회는 건설경기 침체와 관행적인 ▶저가 하도급 ▶4대 보험료 부담 가중 ▶표준품셈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충북도회 이민수 사무처장은 "건설공사에서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계는 원도급자와 건설기계업자 사이에서 저가 하도급과 임대료 상승 등 샌드위치 신세로 고사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문건설사에 부담을 더 안기거나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여서 파급효과가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처럼 위기의 바람 앞에 꺼져가는 촛불 신세인 지역 전문건설업체는 하도급업체 선정권을 원도급사(종합건설사)에서 공공기관이나 발주처가 갖는 CM 방식이나 주계약자형 공동도급 형태로 보장해 줄 것과 자재·유류대 인상분의 보전대책만을 목타게 갈구하고 있다.

한편 국회 김성순(민주당) 의원도 지난 2일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불합리한 도급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발주자의 공사비 절감과 하도급부조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주계약자형 공동도급제'를 모든 공공공사에 조속히 도입해 활성화 시킬 것과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도입한 '시공참여자제도'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폐지함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폐단을 지적하며 '시공참여자제도'의 재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 이민우

min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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