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공사비 높혀 계약할 때 많아 "

설자리 잃어가는 지역 건설업계

〈글싣는 순서〉

(상) 숨도 제대로 못쉬는 전문업체
(중) 아파트 지역 설비업체 외면
(하) 지방 건설사들 '샌드위치'

경기를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평가되는 건설경기가 밑바닥으로 향해 치닫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의 지난 2분기 증가율(0.8%)이 5분기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핵심 원인이 바로 '침체된 건설경기'로 지목될 정도로 건설시장 위축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배관공사 지역업체 외면 여전=이미 지난해부터 지방권을 중심으로 침체 상황에 빠져들면서 최근엔 수도권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청주, 대전 등 지방권의 경우 수도권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내려간 주택건설업체들이 지난 2~3년간 신규 주택을 무차별로 쏟아낸데다 주택 담보 및 중도금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규 분양단지의 초기 계약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의 경우 사업부지에 묶여있는 땅값 부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공업체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권 대부분 단지가 청약미달 사태 속에 초기 한달 계약률이 10~2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공사해주기를 꺼리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금융권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금지원을 옥죄고 있어 꼼짝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북 도내 아파트 상당수(신규분양·기존 아파트 포함)가 지역 설비건설업체 참여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지역 관련 업계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설비건설협회 충북도회에 따르면 청주지역 상당수 아파트의 경우 배관시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입찰참가자격을 과다 제한으로 묶고 편법 입찰과 함께 공사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하고 있으며, 지역 업체 참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설비건설협회 장순경 충북도회장은 "충북 도내 설비건설업체는 건설산업기본법상 법적인 기술자를 보유하고 우수한 기술력으로 배관 교체 및 기타 설비공사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청주 일부 아파트관리소와 입주민대표들이 타 지역업체들과 공모해 과도하게 참가자격 제한(공사실적 10개단지 이상 등)해 입찰참여 기회 마저 잠식당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청주시 가경동 A아파트는 지난 5월 1억5천만원을 들여 급수배관공사를 진행했다.

이 아파트는 입찰공고문부터 참가자격을 충청권(대전) 전역으로 발주했으며, 실적도 아파트 단지 20개 이상인 업체로 과다제한해 지역 설비업체들의 설자리는 없었다.

또한 청주 가경동 B아파트도 입찰공고 과정에서 참가자격을 인근 A아파트 처럼 과다 제한(충청권 전역·직배관공사 실적 10단지 이상)해 지역업체 참가를 외면했다.

이에 대해 지역 업체들은 "이밖에 지역 일부 아파트의 경우 공사계약 과정에서 주민총회(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업체 선정도 일간신문 등에 입찰공고를 내야 하지만 아파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입찰공고를 내는 방법으로 제한입찰을 실시하는 등 편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입주민 대표와 관리소장들이 공사비를 높혀 계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지역업체 보호 철저 대조=이와는 반대로 인근 충남도의 경우 지난해 5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한 이후 도가 발주한 각종 건설사업에서 지역 건설업체의 수주율과 공동도급·하도급 참여율이 크게 증가하는 등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이전 지역업체 시공 참여율이 25%(51건, 발주금액 191억원)에 불과했으나, 상생협약의 부산물인 '지역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가 발효된 8월 이후 참여율은 62%(14건, 발주금액 16억원)로 37% 포인트 증가했다.

또 종합건설사업소가 발주한 도로공사 가운데 공사비가 200억원 이상 소요되는 대형공사 2건은 지역업체가 공동도급 50% 지분으로 참여했으며, 나머지 도로공사도 지역제한입찰과 제한경쟁입찰을 실시해 100%(9건, 444억원) 지역업체가 수주했다.

특히 하천공사(4건, 132억원)와 건축공사·전문건설 사업(54건 198억원), 설계용역 등 각종 용역사업(53건 20억원)도 모두 지역 건설업체가 수주했다. / 이민우

min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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