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한파속 수도권 고가아파트 '털이 신세' 전락

수도권 부동산 경매시장에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지역 경매시장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들이 법원 경매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으면서 '떨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으며, 입찰이 진행되고 있지만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연속 유찰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유찰이 거듭됨에 따라 감정가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에 입찰에 붙여지는 '반액 세일' 물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www.ggi.co.kr)에 따르면 최근 법원 경매에서 3회 유찰돼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아파트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경매는 1회 유찰 시 20%씩 가격이 낮아진다. 법원에 따라 30%씩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20%가 적용된다. 최저가는 감정가의 100%에서 80%, 64%, 51% 순으로 계속 낮아지고 3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절반으로 떨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응찰자가 줄면서 권리 분석상의 하자나 낙찰금액 이외에 인수해야 할 추가 부담이 없는 멀쩡한 아파트도 감정가의 절반 가격에 입찰 일을 기다리는 사례가 많아졌다.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전용 161㎡(49평형)의 경우 감정가는 8억원인데 3차례 유찰 후 최저낙찰가가 감정가의 51%인 4억960만원으로 낮아졌다. 현재 소유자가 살고 있어 명도(기존 점유자를 내보내는 집 비우기 과정)가 비교적 쉽고, 낙찰되면 등기상의 모든 권리가 말소되는 깨끗한 아파트임에도 3회차 경매까지 응찰자가 한 명도 없었다. 마포구 도화동 현대아파트 185㎡(56평형)도 감정가는 8억7천만원이었지만 3번 연속 유찰 후 절반 수준인 4억4천544만원으로 떨어졌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 동아솔레시티 211㎡도 세 차례 유찰 후 최저낙찰가가 10억원에서 5억1천200만원으로 낮아졌다.

아파트 경매 유찰이 늘고 있는 이유는 경락잔금대출이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락잔금대출은 2금융권이 주로 취급하는데 최근 2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나빠져 대출을 아예 거부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는 사례가 급증했다. 따라서 응찰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자금동원의 어려움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는 권리분석이 비교적 간단해 초보자들도 경매에 많이 참여하므로, 권리상 하자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2번 이상 유찰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멀쩡한 아파트가 3회 유찰된 것은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심리적 요인과 대출의 어려움, 고금리와 같은 현실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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