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의자왕 증손녀 墓誌 발견

충북대 학술발표회서 첫 공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660)의 증손녀인 태비(太妃) 부여씨(扶餘氏)의 묘지(墓誌)가 중국 시안(西安)에서 발견됐다. 특히 이번 묘지명으로 인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의자왕 후손들의 가계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가능, 국내 역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소장 신영우 교수), 백제학회(초대회장 양기석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 충북대 〃) 등 3개 단체는 지난 15일 충북대 인문대학 시청각실에서 제 1회 백제학회 정기 발표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 백제 의자왕 증손녀인 태비 부여씨의 묘지는 상하 두 짝이 한벌을 이루고 있다. 전서체로 적은 것(사진 왼쪽)이 위쪽, 문장을 적은 것(오른쪽)은 아래쪽 묘지(墓誌)에 해당한다.
이 자리에서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이 중국 산시(陝西) 고고연구소가 지난 2004년 당 고조의 무덤인 헌릉 주변 조사과정에서 찾아낸 태비 부여씨와 그의 남편인 당 황족 이옹(李邕) 부부의 묘지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김 관장이 탁본 형태로 공개한 묘지는 전문 30행에 1행 각 31자 총 831자의 글자를 해서로 음각한 모습을 하고있다.<사진 참조>

이와 관련, 묘지는 태비 부여씨가 의자왕의 증손녀이자 부여융(隆)의 손녀이며 부여덕장(德璋)의 딸이라고 기술, 백제 의자왕의 직계임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융과 부여융의 손자 부여경(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부여덕장과 태비 부여씨의 존재가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묘지에 따르면 태비 부여씨는 690년 부여덕장의 차녀로 태어나 711년 이옹의 두 번째 부인으로 혼인, 718년 괵왕비에 책봉됐다. 이옹은 당나라를 건국한 고조 이연(李淵)의 증손자로, 장안 외곽을 다스리는 괵왕(王)이었다. '괵왕'은 황실의 가까운 친척이면서 지방 제후로 봉해진 왕을 일컫는다.

이밖에 묘지는 727년 이옹이 죽고 장자 이거(李巨)가 왕위를 이어받은 4년 후인 731년 태비로 책봉됐으며, 738년 49세로 세상을 떠나 이옹과 합장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태비 부여씨의 본래 이름은 등장하지 않고있다.

양 교수는 "그 동안 의자왕 등 당나라에 끌려간 백제왕실은 핍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 묘지 발굴로 상당한 환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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