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종열 / 충북교육사랑회장, 원봉초 교장
예순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어버이날이면 당신을 그리며 아이처럼 젖은 눈을 하고는 고독의 좌절감에 허덕이는 이 못난 자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오. 나 하날 위해 평생을 고생만 하시던 당신께서 산으로 가시던 날, 유난히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지 않았소. 새하얀 눈을 밟으며 얼마나 오열하였는지 모르오.

세차게 쏟아지는 새하얀 눈꽃송이는 당신의 따사한 손길이요, 오동잎 사이로 흐느끼는 매서운 바람소리는 당신께서 날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가 아니겠소. 무섭도록 적막이 엄습해 오는 시골의 밤, 백열등 불빛만이 쏟아지는 허허로운 방안에서 얼마나 목 메여 당신을 불러보았는지 모르오. 모든 것은 세월이 해결해줄 거라는 뭇사람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애틋한 그리움을 어찌하란 말이오.

어버이날 무심코 지나쳤던 카네이션 한 송이가 왜 이리 가슴을 저미는지 모르겠소.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후회한다고 훈화를 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설움에 북바쳐 눈물이 핑 돌고 말았소. 올해도 어버이날을 맞아 애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며 목이 빠져라 퇴근시간을 기다렸소. 퇴근과 동시에 당신의 무덤으로 달려가 목이 터져라 당신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소.

'너만은 절대 대물림의 가난한 땅 두더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며 아픈 몸도 마다않고 평생 일만 하시던 당신, 고단한 몸 잠시도 쉬지않고 조석으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정한수에 심지 불켜고 이 못난 자식 잘되게 해달라고 빌고 빌던 당신의 까칠한 손을 돌아가신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잊을 수가 없소.

평생을 고생만 하시던 당신을 내 손으로 편안하게 모시겠다는 일념으로 선생님도 되고, 이제 교장도 되었건만 당신은 뭐가 그리 급해 불효자식에게 깊은 한만 남겨주고 영영 떠나시고 말았소. '나무가 고요히 쉬려고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하려고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 는 말이 내 가슴을 도려내고 있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교정을 배회하다 교장실로 돌아와 보니 책상위에 카네이션이 수놓인 편지 한통이 있지 뭡니까. 설렘에 얼른 뜯어 봤소. 벌써 아기엄마가 되었을 숙이의 편지였소.

"언젠가 선생님께서는 오늘이 가장 슬픈 날이라고 하셨죠. 너무 슬퍼하실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 펜을 들었답니다. 선생님, 저는 절대 울지 않아요. 엄마의 혼령이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계실테니까요. 선생님, 옛날처럼 명랑하신 선생님이 되어 주셔요."

6학년 때 엄마를 잃고 애통해 하던 숙이의 눈물 먹은 얼굴이 떠올랐소.

어머님! 이제는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겠소. 당신이란 거룩한 이름은 언제나 나를 비춰주는 태양이요, 나를 지켜주는 성이요, 언젠가는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니까요.

노을진 교정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모처럼 한결 가벼워졌소. 류종열 / 충북교육사랑회장, 원봉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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