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전원 / 前 청주시교육장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한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남의 일을 보려면 삼년은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서로 대조되는 말 같지만, 어떤 일을 맡으면 그 일을 마칠 때까지 책임을 다해 성실히 임하라는 뜻이리라. 그런 마음으로 학생교육에 평생을 보낸 분이 있었다.

중등학교에서 부부교사로 일하다가 은퇴한후 한적한 교외에서 조그마한 개인 독서실을 마련해 책읽기와 그림그리기 그리고 악기연주와 채소 가꾸기에 빠져있는 박 선생은 퇴직을 했음에도 제자들과의 연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땐 학생들로부터 여러가지 별명을 들으면서도 오직 학생교육만 생각하면서 그들의 밝은 내일을 위해 정성껏 사제동행을 실천했다.

매년 학생들로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몇명의 학생을 추천받아 수업료를 비롯한 공납금 일부와 참고서 등을 남모르게 지원해 주기도 했다.

특히 문제성 학생과 결연을 맺고 함께 등산이나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과 불우시설 방문 등을 통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게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했다.

벽촌에서 근무할 때는 통학이 불편한 십여명의 학생들을 빈 사택에 수용하도록 주선해 안정된 학교생활이 되도록 하면서 방과후에는 자기 자녀처럼 개별학습과 인성지도에 정성을 기울였다. 동료 교사들도 이에 감동되어 학생지도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길로 접어든 학생을 최소화한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인연으로든 학생들이 박선생님과 연결되면 밤낮없이 자기 자식처럼 돌봄으로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으며, 사회로 진출한 제자들이 지금까지도 자기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전하면서 스승의 노후를 걱정하고 있단다.

어느날 이십여년전에 졸업한 한 제자와의 주례를 약속하고 결혼식장에 나갔을때 야외예식장에 마련된 뜻밖의 이색적인 행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라고 쓰인 현수막 아래에 제자들이 기금을 마련해 박선생의 이름을 붙여 장학법인을 설립하고, 창립식과 함께 박 선생님을 이사장으로 모시는 날이었다. 그는 극구 고사했으나, 제발 오늘 하루만 제자들의 뜻에 따라달라는 간청에 일일주빈이 돼 행사를 진행했다.

수익사업으로 운영할 결혼식장의 개관도 겸하는 날이다. 첫 결혼식의 주례를 맡기위해 입장하면서 개관 테이프 커팅도 하고, 제자 결혼식의 집전도 하고, 미리 준비된 취임사도 읽고, 최고 경영인을 상징하는 열쇠꾸러미도 받았다. 그리고 예식장을 관리하면서 평생토록 그 예식장의 결혼식 주례를 담당해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그러겠노라는 약속도 했다.

박 선생님처럼 가르치는 모든 일들을 내일하듯 하며, 내일같이 관심 기울여 내자녀 돌보듯 하고, 그일 마칠 때까지 정성껏 성실히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전원 / 前 청주시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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