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종열 / 충북교육사랑회장. 원봉초 교장
5월의 한가운데에는 '스승의 날'이 있다. 제자는 스승의 은공을 되새기고 스승은 스승의 길을 다짐하는 날이다.

제자로부터 언제나 존경을 받아야 하고 또 존경을 받기 위해 늘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는 스승의 길은 참으로 힘든 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스승'이란 말이 그 가치를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지금도 교육현장에는 많은 교사들이 진정한 스승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 우리 은사님들은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가르쳤다고 기억한다. 오로지 불타는 정열로 제자들만을 위해 하루해를 보냈으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키워주셨다.

그때 선생님들은 모르는 것이 없고 무엇이든 다 가르쳐 주는 커다란 힘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막상 그 선생님의 자리에 서고 보니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운 것이 교육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선생님이 너희들을 잘못 가르쳐서 그러니 선생님의 종아리를 때려달라며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면 저희들이 잘못했다며 금시 눈물바다가 되던 교실이, 어느새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나를 슬프게 한다.

지금 교사들은 목소리 큰 학부모와 겁 없는 아이들 앞에서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 이제 존경받아야할 스승의 자리는 교실 어디에도 없고 교육현장에는 소신껏 학생지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선생님들의 한숨소리만이 요란하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아 개구쟁이들이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스승의 노래'와 박수로 축하를 해주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의 심정은 자못 참담하기만 하였다. 아마도 그 까닭은 지난날 나의 은사님에 대한 송구스러움과 자책 감 때문일 것이다.

그늘진 아이들의 등불이 되겠다며 시작한 교단생활이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모두보다는 몇몇을, 함께보다는 경쟁을, 사랑보다는 질책을 일삼고 사랑의 응달에서 떨고 있는 아이들을 외면한 채 어언 정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큰 죄인가.

아직도 선생다운 선생노릇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교단을 내려서야 될 것 같아 괴롭고 슬프고 외롭기 짝이 없다.

교직, 그것은 분명 고달픈 직업이다. 한 순간이라도 소명의식을 버리고는 그 위치를 가눌 수 없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아이들과 주위의 시선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 교육자의 운명이 아닌가.

스승과 제자의 사제지도가 사라져가고 사회적 존경심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외로운 길, 선생님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존사애제(尊師愛弟)의 미풍양속을 계승하는 길만이 공교육을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류종열 / 충북교육사랑회장. 원봉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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