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호 / 음성 대소초 교사
얼마전 봄 진천군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도자기와 찰떡만들기 체험이라서 아이들이 좋아했는데 하필 무척 쌀쌀했다. 다음날 감기환자가 많아서 학교 보건실이 분주했다. 그런데 수오가 열이 심하고 기침을 많이 해서 학교앞 내과로 데려갔다. 다음 날 수오가 "선생님 아빠가 병원비 고맙다고 합니다" 며 봉투를 내밀었다. 병원비를 돌려받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받게 됐다.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나 혼자서 고민하며 힘들어 할 때 즉시 조치를 해주는 게 교사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어렵고 답답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는 자신이 잘 해결못하지만 이런 꿈나무가 멋진 사회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교사의 보람은 꿈나무를 잘 지도해서 창의력을 갖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이끌어 주는 게 아닐까.

교사들은 꿈나무들을 잘 키우지만, 선조들은 집안에 나무를 잘 가꾼 것 같다. 한 그루를 심어도 삶의 지혜를 담았는데, 집 안팎에 심은 나무는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종류가 달랐다. 아침 햇빛을 싫어하지 않는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는 동쪽에 심었다. 긴 햇빛을 좋아하는 매화나무와 대추나무는 남쪽에 심고, 서쪽에는 넓은 이파리의 치자나무와 느릅나무를 심어 석양의 햇빛을 가렸다. 북쪽에는 서늘한 기운을 좋아하는 사과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를 심었다. 즉 기후에 알맞게 배치하고 바람을 막아주도록 가꾸고 살았다.

꿈나무를 키우는 교사나 집안에 나무를 키우는 사람이나 진실하고 성실하게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워도 진실하고 성실함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과 영화 '워낭소리'의 장애인 농부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진솔하고 순수함의 예방 주사를 맞혀준 것 같다. 세상을 살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때때로 전부라고 믿었던 목표를 상실하기도 하고, 높은 벽에 부딪혀 포기할 때도 있다. '높은 풍랑은 유능한 뱃사람을 만든다' 는 말처럼, 예기치 못한 시련이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기도 하는 법이다.

한국인의 기질은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어려우면 더 강해진다. 그러면서도 정(情)과 눈물이 많고 의협심이 강하다. 한국인의 장점인 의협심을 살리면서 느긋하게 행동하자. 꿈나무를 키우는 것도 집안에 심은 나무도 여유롭게 관찰하며 살아야겠다.

니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평생 고난의 긴 여정을 걸어가는데 이는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꿈나무를 키우듯 천천히 여행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자. 여행이 내키지 않는다면 머리도 식힐겸 주말농장에 가서 씨앗을 뿌려보자. 흙속의 씨앗은 어김없이 싹을 틔울 것이고, 뜨거운 여름을 지나면 소담스러운 열매를 가져다준다. 우리 모두 조급해 하지 말고, 느긋하게 사는 삶의 지혜를 실천해 보자. 류시호 / 음성 대소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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