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원의 땅이야기

세상을 살면서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인지(?) 우리사회는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박거리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

시계와 밥솥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뻐꾸기란 놈은 멀쩡하게도 다른 새 둥지에 들어가 자기 알을 낳고 가버리는 특성 때문에 '평화로운 가정의 침입자(the cuckoo in the nest)'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영어의 뻐꾸기(cuckoo)는 바보, 멍청이, 정신이상자를 말하는데 오스카상을 받은 잭니콜슨의 '뻐꾸기 둥지를 날아간 새'라는 할리우드영화에서 명확히 표현된 적이 있습니다. 제 새끼를 남의 둥지에 낳고 달아나는 녀석이 제정신일 수는 없으니까? 원 세상에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뻐꾸기보다 더한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지역 일간지에 전원주택용지를 시세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하게 분양을 한다는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실제 촬영한 현장의 전경이라는 사진도 큼직하게 실렸으며 진입도로 사진 또한 담았습니다. 선착순으로 신청금 100만원과 계약금 300만원을 납부해야 현장답사를 시켜 준답니다. 평소에 전원주택을 동경하는 사람에게는 솔깃한 광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분양한다는 임야 전경사진에는 무려 76만5천V의 거대한 고압송전철탑이 감쪽 같이 지워져 있는 것을 과연 몇 명이나 사전에 알고 계약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진입도로라고 광고한 비포장 길은 송전철탑 공사를 하기 위해서 닦은 임시도로일 뿐이며, 택지로서 분할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직면하면 아연 실색하게 됩니다. 그나마, 뒤늦게 알게 되어서 환불을 요구하면 위약이라고 전액을 돌려주지 못하겠노라고, 당당히 맞설 뿐입니다.

전원주택을 조성하기에는 풍수지리에 입각시키는 사치(?)는 아니더라도 송전탑의 고압전자파로 인해서 어린이 백혈병과 암발생률이 타지역에 비해서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분양하는 그들은 과연 그 지역에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겠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말이면 자연속에서 여가를 즐기려고 전원주택의 소박한 꿈을 꾸는 흥부 같은 일반 서민을 1회 2천400만원짜리 대형광고로 현혹 시키는 이러한 일들이 버젓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관계당국은 물론 무책임하게 불량광고를 실은 신문사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취득한 당사자 본인의 책임이 더 크다 하겠습니다. 놀부가 인색해서 동생인 흥부를 보살피지 않은 것을 흉이라 생각했던 시대는 오히려 낭만이라 생각이 되는 시대를 개탄하며 뻐꾸기 같은 악덕 분양 기획부동산을 놀부가 만났더라면 "워메 놀부도 기가 막혀, 놀부도 기가 막혀" 할 것이요…. 전재원 / (주)써플라이 엠엔씨 회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