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우암연구소 '송자별집총간' 출간기념 학술발표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근본이 없습니다. 대학이란 곳도 학생들에게 나무를 심고 산을 가꾸는 이치를 가르쳐야 하는데 열매 따먹는 일만 가르칩니다. 심지어는 남의 열매를 따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일이 근본을 잃어버려서 그렇습니다. 나무열매를 만들어준 나무도 바라보고 나무를 심은 사람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을 통해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이 자리가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19, 20일 이틀간 충북대 우암연구소(소장 김성기)와 국립청주박물관(관장 김성명)이 '송자별집총간(宋子別集叢刊)' 출간기념회와 학술발표회, 특별전시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임동철 충북대 총장이 한 축사가 이 시대에 우리가 왜 우암사상을 연구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었다.

'우암의 사상과 문헌'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발표회에는 송영달 은진송씨 13대 종손 등 문중 관계자와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다양한 우암의 학문과 사상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편집자



곽신환 숭실대 교수는 '우암선생의 학문과 일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암사상은 조문도(朝聞道)정신 실천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곽교수는 우암선생이 시대를 초월한 가치와 정신인 의(義)를 추구했는데 그 토대가 조문도 정신이었으며, 이는 우암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를 지배했던 관념과 정신이라고 밝혔다.

▲ 우암 송시열 초상화 '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성인의 명철하신 가르침이 있는데 80여 살의 나이에도 끝내 듣지 못하고 죽게 되었으니 마음에 부끄럽고 한스러울 뿐이네. 또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생을 주자대전과 주자어류를 읽으면서, 그 중에 의심스러운 점이 없지 아니하였고, 또 알기 어려운 곳도 있었네. 그리하여 그 부분을 초록하여 대략 해설을 붙이고 이것을 동지들과 상의하고, 또 뒷세상 사람들에게도 보여줄까 하였는데 아깝게도 끝내지 못하였네. 돌아보건대 지금 세상에 이 일을 부탁할 만한 사람은 오직 자네와 김창협 뿐이네. 모름지기 이희조, 이기홍, 최방언이나 그 밖에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협동하여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는가.'이 글은 우암이 1689년 말년에 다가올 위험을 예측하고 수제자인 권상하에게 유사를 당부한 편지글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 글에서 우암은 일생 도(道)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음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논어에 나오는 '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조문도정신을 교훈삼아 어려서부터 80이 넘은 나이까지 늘 실천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조문도 정신을 가까운 친구나 문인에게 자주 권면했다.이운거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늘 힘쓸 것은 다만 조문도 석자일 뿐이네"라고 하였고, 송준길에게도 "피병에 관한 의논은 여기에서도 정한 계책이 없고 다만 화가 되거나 복이 되거나 닥치는 대로 하겠습니다. 천운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힘써야 할 것은 다만 아침에 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된다는 것, 한가지일 뿐입니다"라고 했다.또한 우암은 성인의 道를 깨달아 이를 후세에게 전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여겼다. 그는 친구에게 편지해 "내가 스스로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이를 배척하는 말을 하였다가 지금 사람들에게 노여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러나 중국 한유(韓愈)의 말에 '성인의 道가 나로 말미암아 조금이라도 전해질 수 있다면 비록 만번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고 하였는데, 나도 참람스럽게 늘 이 말을 외고 있네. 자네도 이 말을 들으면 반드시 냉소할 것이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네"라고 전했다.우암은 이처럼 남이 꺼리는 바가 있음을, 그가 하는 일이 남들로부터 비난을 사고있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후세를 위해 '아니할 수 없는 일' '부득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암은 이렇게 자기자신에게 얽매이지않는 '공적인 나, 큰 나'를 추구하며 집단주의에 매몰되지말고 '전체로서의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의(義)를 추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곧음(直)'을 종신토록 따르는 준칙으로 삼았다. 이 곧음은 그릇됨을 없애고 선함을 홀로 지키는 것, 곧 '마음이 곧고(心直), 몸이 곧고(身直), 곧지않음이 없는(無所不直)'의 경지이다. 이것이 사람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도덕의 경지라고 강조했다.이틀간 이어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 밖에도 ▷총간발간의 의미-문헌학의 관점에서(류부현·대진대) ▷우암학파의 '주자어류소분'에 대한 연구(박종천·서울대)-논평 정재훈(서울대) ▷'우암사실기'의 편술경위 및 의의(전호수·충북대)-논평 고수연(공주대) ▷기보통편의 편찬과 의의(조영임·충북대)-논평 김의환(세명대) ▷표점의 필요성과 의의(박은희·연세대)-논평 이혜옥(이화여대) ▷17세기 동아시아의 허형론(우경섭·인하대)-논평 최영성교수(한국전통문화학교)의 주제발표와 ▷겸재의 진경산수화(최완수·간송미술관) ▷고전 정본화사업의 현황과 문제점(박석무·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 송창희인간이 지켜야할 도리 大義 가르침 전해지길

"이번에 발간된 '송자별집총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우암선생의 심오하고 원숙한 경지를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에 편향돼 머리는 작고 몸집만 큰 공룡에 비유되는 현대인들에게 선생의 정신인 '대의'(大義)의 가르침이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김성기 우암연구소 소장(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송자별집총간' 출간은 '송자대전'에 수록되지 않았던 자료를 모은 것으로 그동안 일반인은 물론 관련 연구원들도 쉽게 볼 수 없었던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김소장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많이 거명된 인물이라는 사실이 우암선생의 위상을 단적으로 말해준다"며 이번 송자별집총간을 바탕으로 선생의 학문과 사상, 정치적 입장에 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소장은 덧붙여 "자신의 이익보다는 큰 대의명문, 즉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와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도리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 우암선생의 정신을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이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암연구소는 지난 2007년 우암 송시열선생 탄신 400주년을 맞아 기호학의 집중적인 연구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으며, 우암선생의 총체적 연구를 통해 참모습을 살려내고 충청지역 사림의 학문적 위상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우암 자료 집성 및 정본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활발한 학술발표회를 통해 우암선생의 사상과 학문을 연구, 제시하고 있다. / 송창희

# 송자별집총간(宋子別集叢刊)은 우암 송시열의 문집인 '송자대전(宋子大全)'은 지난 1971년 사문학회의 주관으로 기영본 송자대전 102책과 송서습유, 송서속습유를 합쳐 총 108책을 축소 영인해 모두 7권의 양장본으로 출간됐다.이번에 간행되는 '송자별집총간(宋子別集叢刊)'은 충북대 우암연구소와 송자사업회의 주관으로 8종 10책의 별집이 영인 출간된 것으로 '송자대전' 이외에 우암의 단행본, 일부 우암학파가 정리한 우암학 관련 저술을 널리 모아 출간한 것이다.
이번 송자별집총간에는 ▷논맹혹문정의통고(論孟或問精義通攷) ▷경례문답(經禮問答) ▷문공선생기보통편(文公先生紀譜通編) ▷주자언론동이고(朱子言論同異攷) ▷근사록석의(近思錄釋疑) ▷심경부주석의(心經附註釋疑) ▷우암선생예설(尤庵先生禮說) ▷주문초선(朱文抄選) ▷주자대전차의(朱子大全箚疑) ▷주자어류소분(朱子語類小分) ▷절작통편(節酌通編) ▷정서분류(程書分類) ▷주자어류소분(朱子語類小分) 부전지(附箋紙) 등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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