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문화제과학 세미나

▲ 전통 갖풀의 모습으로, 단청작업에도 반드시 들어간다

고문헌 '산린경제' 등 참고 재현 성공
낮은 투명도는 조개가루 등으로 보완
화학 접착제에 밀려 그동안 전승단절

명맥이 끊긴 전통 '갖풀'(일명 아교)이 다시 복원될 수 있게 됐다.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는 지난 6일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2009 추계학술대회(제 30회)를 개최했다.

충북대 대학원 문화재과학과(석사과정·박원규 교수)가 주관한 이날 학술대회에는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이 전국에서 망라적으로 참석, 오후 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특히 기조발표 외에 그룹별(A~E) 발표 논문이 각 10편이 넘을 정도로 양적, 질적으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중 부산대학교 안병찬 교수 외 5인이 공동 발표한 '겨레과학 갖풀의 제조방식 재현에 관한 연구'는 특이한 소재인데다 전통과학 복원에 관한 것이에서 또 다른 방향의 주목을 받았다.

'갖풀'은 동물의 뼈나 힘줄 등에 포함돼 있는 점성물질(콜라겐)을 추출, 이를 응고·건조시킨 전통 접착제를 말한다. 이런 접착력 때문에 한자로는 '阿膠'(아교)로 표현돼 왔다.

뿐만 아니라 갖풀은 단청이나 그림 채색시 안료와 섞어 바르는 '전색제'(展色制) 용도로 사용됐고 또 보혈, 지혈, 관절염 등 약품으로도 이용돼 왔다.

그러나 갖풀은 성분 등 실체 파악이 어렵고, 여기에 본드와 같은 강력 화학 접착제가 등장하면서 그 명맥이 완전 단절됐다. 그 접착제도 값싼 중국산이 국내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요무형문화재 중에 '갖풀장'을 구경할 수 없고, 다른 등록제도인 '기능장'이나 '명장' 중에도 갖풀과 관련된 분야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교수 외 4인이 전통 갖풀의 성공적인 복원을 발표, 참석자들의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안 교수 등은 전통 갖풀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 조선시대 고문헌인 '산림경제'와 '오주서종박물고변'을 참고했다.

두 고문헌 중 삼림경제에는 쇠가죽 준비→생황토 정리→씻기→달이기→멀리기 등의 순서로 갖풀을 얻었다고 적고 있다.

논문은 이와 관련해 ▶세척과 정리 단계에서 황토를 사용한 점 ▶달이기 단계에서 직접이 아닌 간접가열을 택한 점 ▶말리기에서 대나무 발을 활용한 점은 제조 공정상 눈여결 볼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재료 선택과 공정을 거친 결과, 추출온도와 시간을 조절할 경우 단백질을 분자량별로 선별 제조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중 고분자량의 갖풀은 접착제로, 저분자량은 채색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투명도가 낮은 점이 전통 갖풀의 단점으로 등장했으나 석회나 조개가루를 넣는 방법으로 이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 조혁연

이름이 왜 '갖풀'인가

어문 전문가들은 짐승가죽 할 때의 '가죽'에서 '갓'이 왔고 이것이 '풀'과 결합된 말로 보고 있다. 원래의 이름은 '갓풀'이었으나 표기상 '갖풀'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문헌 '구급간이방언해'에는 '누르고 맑은 갓풀을 노겨', '쇠갓풀을 한 냥 누르게 볶은 것을' 등의 표현이 보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