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희귀작 상영요구 잇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시네마테크 부산」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어 지난 18일 서울에도 필름상영을 원칙으로 하는「서울 시네마테크」가 개관함으로써 예술·고전영화 관람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등지로 발품을 팔며 쫓아가지 않더라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고전·예술영화들을 상영하는 「TV 시네마테크」가 있다. EBS가 매주 토요일 밤 10시30분에 내보내는 「세계의 명화」와 일요일 오후2시에 방송하는 「일요시네마」가 그것.
 EBS가 명작들을 엄선하는 것은 물론 고전굛예술영화와 국내 비디오로도 출시되지 않은 영화사상 걸작들을 방송하는 것은 영화팬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또한 레터박스 처리(화면 위 아래를 시커멓게 처리해서 가로 세로 비율을 조정한 것)를 하는 등의 노력 때문에 매주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 오후 만사 제쳐놓고 영화를 관람하는 골수시청자들이 꽤 많다.
 특히 지난 10월2일 교육방송이 공사개편을 단행하면서 「세계의 영화」는 「TV 시네마테크」적 성격을 훨씬 강화한 작품선정을 선보여 영화팬들의 지지를 얻고있다. 꿈과 현실을 교묘하게 결합시켰던 초현실주의의 대가 루이 브뉘엘 감독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어느 하녀의 일기」, 현대 영화언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공로를 남긴 장 뤽 고다르감독의 「경멸」「카르멘이라는 이름」, 특히 시나리오 작가들의 추앙을 한 몸에 받고있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 등을 잇따라 상영한 것.

 「세계의 명화」는 2일 에릭 로메르 감독이 구성, 촬영, 연기 등을 즉흥적으로 했다는 것으로도 유명한,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소품 「녹색광선」을 방송하는 것을 비롯, 「애니」(존 휴스턴) 「미드나잇 카우보이」(존 슐레진저) 「베를린 천사의 시」(빔 벤더스) 를 이달 방송한다. 또한 지난해 회고전이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위대한 작가 로베르 브레송의 「무셰트」가 이달 30일(오후 9시) 방영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이처럼 EBS가 명실상부한 공중파 시네마테크 역할을 담당하자 인터넷 사이트(www.ebs.co.kr) 게시판에는 평소 보고싶었던 작품들을 방송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 시청자는 『다른 공중파와 케이블의 최근 방영분은 되도록 방영하지 않도록 하며, 희소성있는 작품들 위주의 편성을 지향』해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세계의 명화」「일요시네마」를 담당하고 있는 이승훈PD는 『「세계의 명화」는 주로 영화사상 걸작과 영화작가 위주로, 「일요시네마」는 헐리우드와 프랑스의 영화들, 혹은 보다 대중적인 작품들로 선정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영화보기가 힘든 한국에서 일반인들에게 낯선 영화, 혹은 걸작들을 보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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