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논설위원

얼마 전에 입적한 법정스님은 '아름다운 세상' 을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가는 인정 넘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면 나의 허물은 현미경으로 보고, 남의 허물은 망원경으로 보라고 했다.

검찰청 검사들은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그런데 이들이 소주와 양주에 맥주를 섞어서 마실 때에도 '주법(酒法)'이라는 원칙이 있다.

그 첫째는 제조한 사람이 가장 먼저 마시며, 둘째는 술의 양도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따르는 것이다.

즉, 제조자는 먼저 폭탄주를 마시는 솔선수범을 실천하되, 다른 사람의 잔에는 본인이 마신 양보다 적게 따르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우리네 검찰은 이렇듯 술을 마실 때에도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던 조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검찰은 '권력의 시녀' 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국가와 국민보다 권력과 검찰을 위해 일하는 조직으로 각인되면서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조직이 되고 말았다.

경남지역의 한 건설업체 대표가 부산·경남지역에서 근무했던 검사 100여명에게 무려 25년동안 향응은 물론 성 접대를 했다며 접대 내역을 공개하는 진정서를 제출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 진정서를 토대로 한 내용이 20일 밤 MBC PD수첩에 방영된 이후 이를 본 네티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인터넷에 검찰의 비리를 개탄하는 글만 뜨면 네티즌들은 무조건 찬성표를 눌러대면서 검찰을 향한 분노의 감정을 여지없이 표출하고 있다.

사건의 발화지로 지목된 부산지검은 이런 내용이 TV에 방영되자 "신빙성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대검찰청과 중앙지검은 예상보다 커지고 있는 파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급기야 김준규 검찰총장도 21일 오전 긴급 소집한 비상간부회의에서 MBC PD수첩의 검사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로서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진상규명이 우선 돼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대검찰청도 검사향응, 성 접대 의혹 파문과 관련하여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신속한 대응방안을 내놓으면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검사는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하고 법이라는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댔을 때에도 한 점의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피의자가 받는 것은 뇌물과 향응이고, 검사들이 받는 것은 관례로 치부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누구도 수긍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탄주를 마실 때처럼 솔선수범하면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검사들에게 밥을 사고 향응을 베푸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보험을 들었다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자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는 것이다.

검찰이 부패하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된 검찰의 제도와 문화를 스스로 점검해보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검사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이들이 더 이상 스폰서 문화에 젖어들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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