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로거다] 3-블로거 해적의 '아름다운 길'

 

'해적의 기원이 원래부터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기득권 사회에서 쫓겨난 민중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구책으로 형성했던 자치공동체가 해적이다. 강탈이라는 것도, 있는 자들의 것을 나누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나쁜 의미로만 볼 수는 없다. 내가 닉네임을 해적으로 정한 이유다.'

 

 

#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 블로그를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장기근속자에게 주는 6개월 유급휴가를 받아 10년만에 처음으로 휴가라는 걸 가게 됐다. 그리고 걷기로 결정한다. 충남 만리포에서 해남을 경유해 부산과 통영까지 대한민국 국토를 'U'자로 걸었다. 두 발로 느낀 대한민국은 의외로 아름다웠다.

도보 하는 해적의 옆을 쌩쌩 내달리는 차량의 유혹은 대단했다고 한다. 길은 아름다웠지만 고통의 연속이었다. 처음 가는 길은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다만 가고 싶어도 못가는, 험하지만 다 걷고나면 아름다운 길 위를 걸으면서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블로그 이름이 '김용직의 아름다운길 http://blog.daum.net/laborfree'이 된 배경이다.

하루 하루의 보도 여행을 기록한 블로그에는 하루 300명에서 400명의 블로거들이 다녀갔다.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해적의 블로그가 여행 기록에서 벗어나 교육자료실로 영역을 넓힌 것은 노동자 교육을 실시하면서 부터였다.

민주노총 노동자 교육을 쉽게 공유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블로그였고,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 가운데 '세상 제대로 보기' 카테고리는 지금도 수많은 노동단체와 학생운동 단체의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올린 포스트들이 이를테면 '쉽게 배우는 자본론'이라고 설명했다.

 

 

 

 

# 그대로 인하여 힘을 얻었소= 그는 최근 트위터와 블로그를 대안 미디어라고 부른다. 트위터(@laborfree) 팔로워 4천399명, 페이스북(http://on.fb.me/nnfyzB) 친구 485명과 소통하면서 트위터와 블로그가 어떻게 희망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대의 망을 형성할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올해 5월 18일이었다. 직장폐쇄를 단행한 유성기업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은 소화기를 뿌리며 노조원들을 폭행했고, 정문을 봉쇄하고 공장 점거 투쟁에 들어간 노조는 불법 집회와 불법 공장 점거의 장본인이 되어야 했다. 제도권 언론은 그들을 그렇게 규정했다.

현장에 있던 해적은 억울했다. 머리가 깨져 피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와 블로그로 퍼날랐다. 그의 블로그는 유성기업의 현장상황을 가장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전달한 유일한 미디어였다.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블로그 댓글은 100개가 넘었고, 하루 방문자수가 9천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조차 '야간노동은 없어져야 한다'며 '유성기업 사태에 앞장서라'고 당부했다.

소셜미디어가 가져다준 연대의 힘은 놀라웠다. 희망버스에서 착안한 희망커피, 희망족발, 희망닭갈비, 희망통닭, 희망성금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상상을 초월한 지지와 연대가 형성됐다. 제도권 언론이 주목하지 않아도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발언하면 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해적은 믿는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을. 블로그는 세상을 바꾸는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이라는 것도.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지난 5월, 그는 비로소 진짜 파워 블로거가 됐다. / 김정미

war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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