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성수 전남대 교수/한국산학협동硏 명예원장

아름다운 동행, 언제 들어도 참 좋은 말이다. 이 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함께 가는 사람들이 늘어 감에 따라 즐겨 쓰게 된 용어이다. 서로 이해를 함께 하는 당사자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손잡고 가는 길이 바로 동행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의 가장 기본공동체인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의 사제동행, 산업계와 학교간의 산학협동, 그리고 기업에서 노사 간의 동행,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에 이르기 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소망하게 되었다.

특히 오늘날 개인주의 성향이 두드러짐에 따라 가족 간 동행의 필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식구끼리 오붓한 정을 느끼지 못한 채 각자 따로 살아가는 요즈음의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아름다운 동행이 절실해진다.

학교는 어떤가. 지난 연말 어린 중학생들이 대구에서, 광주에서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경우들을 보았다. 바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소외 받은 아이들이 부모와 선생님과 동행하지 못한데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제동행'이란 말이 자연스러웠던 옛날에는 사제지간의 정이 참으로 두터웠다. 비록 못살아 힘들고 어려웠어도 선생님은 제자들을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챙겨주었고, 학생들은 존경과 감사로 스승을 따랐던 그 때가 아니었던가.

산업계, 학계간의 협동 또한 문제이다. 대학에서는 새로운 첨단기술이 사장되어 있고 학생들에게는 현장감 없는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양산된 고학력자들을 데려다 재교육을 시키고 있어 문제다.

바로 이와같은 산학 간의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일이 산학협동이라고 하겠다. 해마다 봄이 되면 노사 간에 다툼이 치열해진다. 지난 한 해 동안 노사 간에 공동으로 노력한 성과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해진 나머지 분쟁을 일삼게 된 것이다. 조직과 개인이 서로가 필요해서 공동목표를 정하고 동반자가 되었지만, 이해가 상반되면서 갈등을 풀지 못한 채 동행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지난해는 이익공유제 도입문제를 놓고 대기업, 중소기업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특히 양자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는 동반성장위원회 존립의 문제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대중소기업간의 상생을 기치로 내걸며 동행전략을 폈었으나, 그 때도 좀처럼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었다.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대중소기업간의 격차완화를 위해 올 해는 무엇보다도 참으로 아름다운 동행이 필요하다.

이제 대망의 임진년이 밝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저술하여 지난 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좌절대신 희망을 안겨 주었던 김난도 교수는 2012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화합과 통합을 꼽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지라 무엇보다도 이해관계자들 간에 진정 필요한 키워드 인 셈이라 공감이 간다. 문득 오래 전에 읽은 사례하나가 생각난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에게 엄마얼굴을 그려 오라고 숙제를 내 주면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게 그린 부분이 있단다. 엄마들에게 어디냐고 물어 보면 대개들 그 부위가 눈, 코, 입, 머리라고 다양하게 답변하지만 대답인즉, 뜻밖에 콧구멍이다. 왜냐하면 유아시절부터 꼬마아이들은 엄마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고 살아왔던 터라 엄마 콧구멍을 크게 지각한 결과라고 말이다.

어린 아이의 눈높이로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콧구멍을 크게 그린 아이를 엄마는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역지사지의 지혜가 우리 사회의 아름다운 동행에 필요한 기본조건이라고 생각한다. 20년 만에 함께 치르게 되는 양대 선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사회적 갈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럴수록 서로 입장 바꿔 헤아려 주는 배려와 겸양의 정신, 바로 역지사지의 정신이 참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올 해는 진정으로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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