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변호사

갑과 을은 사업관계로 아는 사이이고, 병은 을의 '처'이다. 셋은 소주를 함께 마신 후에 2차로 근처 노래방에 갔다. 갑은 을이 노래를 하는 사이에 병과 부르스를 추었다. 그리고 갑과 병은 키스를 한 다음, 갑은 병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어 병의 음부를 만졌다. 성 관련 사건은 당사자간 서로 합의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동의하지 않았다면 성추행, 성폭행 등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성추행이 인정될까?

이 사건에서 '추행'인 키스와 음부를 만진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치자. 문제는 '강제'가 있었느냐이다. 이에 대해 병은 갑이 강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갑은 병이 먼저 자기에게 키스를 하였고 또한 그러기에 자신의 음부를 만지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쟁점은 그 추행행위에 대해 당사자인 병의 '동의'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검사는 위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했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핵심 중 하나는 피해자인 병의 거짓말탐지기 결과 '거짓'이 나왔다는 점이고, 다음은 그 당시 노래방에 같이 있었던 을의 진술은 을이 피해자 병의 '남편'이어서 증거로서의 신빙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반론한다. 첫째,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하였을 때 일정한 생리적 변화가 나타나면 그 자료를 근거로 진실여부를 가리는 '기계'에 불과하며, 검사 당일의 심리적, 신체적 이상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심약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극히 엄격한 검사조건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그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설사 그런 경우에도 직접증거가 아닌 정상참작 자료에 그칠 뿐이다. 그러기에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해자 병은 여자로서 수치스러운 이 사건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감에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고 검사 즈음 생리기간이기도 해 한 번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위 검사의 결과를 신뢰하긴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병이 하자고 해서 한 것이라고 한다. 당사자와 신(神)밖에 모르는 이 사건에서 검사는 '기계'를 신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둘째, 검찰조사에서 을은 갑이 추행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는데 검사는 을은 피해자 병의 남편이므로 그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추행' 자체에 대해서는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다. 다툼이 있는 것은 과연 병이 그것에 대해 '동의'를 하였느냐이다.

즉 증거가 필요한 지점은 '추행'이 아니고 병의 '동의여부'인 것이다.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격이다.

피해자 병을 변호하고 있는 필자의 주장은 이것이다. 첫째, 갑은 병이 자기에게 먼저 키스를 하였기 때문에 병이 허락한 것으로 알고 병의 음부를 만졌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묻고 싶다. 남자에게 입술을 허락한 것은 곧 자신의 음부도 허락한 것인가?

둘째, 이 사건 당시 노래방에는 가해자인 갑과 피해자인 병, 그리고 결정적으로 병의 '남편'인 을이 있었다. 다시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묻고 싶다. 남편과 함께 있는 좁은 노래방에서 외간 남자에게 입술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부까지도 허락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검사는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했지만, 증거는 충분하다. 즉 '남편'의 존재가 결정적인 증거이다. 주위 많은 여자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하나 같이 아무리 창녀라도 자기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의 주장에 의하면 병은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도 외간남자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발정난 여자'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필자가 재정신청해 현재 대전고등법원에 계속중이다. 법원의 판단이 기다려진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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