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변호사

지난해 길을 지나가던 40대 주부가 아파트 16층 옥상에서 11세 초등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지고 말았는데, 그 학생에게 현행법상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네티즌들이 분노했던 사건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신촌에서 대학생이 40여차례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놀라운 건 그 범인들이 15, 16, 18살의 미성년자들이라는 것이다.

소년범(少年犯)은 만19세 미만의 범죄인을 말하는데, 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로서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중 만 10세 이상은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보호처분은 할 수 있다. 그리고 만 14세부터 만 19세 미만의 소년들은 '범죄소년'으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나 보호처분을 할 수도 있다.

최근 청소년 범죄에 대해 더 엄격한 처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웬만하면 법적 처벌을 하지 않거나, 강력범죄까지 솜방망이 처벌이니 죄의식은 없고, 경각심도 경종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사법 선진국인 미국은 어떨까. 작년에 미국 위스콘신 주 대법원은 무고한 동년배를 주차빌딩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14세 소년에 대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판결을 내렸다.

변호인단은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의 나이를 고려할 때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잔혹하고 과도한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제 8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18세 이하 청소년에게 종신형 이상을 선고하는 나라는 미국과 소말리아 뿐이다.

점차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미국 사법체계이다. 미국이 소년범의 최고 형량을 사형에서 종신형으로 낮춘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또 미국에는 2400명의 소년범이 종신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라고 한다.

최근의 소년범죄는 날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고 범죄연령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매스컴의 영향으로 성인의 범죄수법을 모방하거나 문란한 성풍조에 따라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고, 아동들을 유괴하여 금품을 요구하거나 인터넷게임을 하면서 성격이 거칠어진 아이들이 집단으로 약한 학생을 폭행하여 금품을 갈취하거나, 강제로 또래 아이를 성매매를 시키는 지경까지 왔다. 심지어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죄책감은 커녕 형사 미성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소년범죄자는 2005년 6천60명에서 2009년 1만1천609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강도나 강간처럼 강력범죄 비율도 13%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년범죄 재범 비율도 2010년에 38.3%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소년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되고 있는데도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던 지금까지의 처벌기준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하고도 전혀 맞지 않고 그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관용을 베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법원도 이번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가해 학생 두 명에게 이례적으로 2,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법원이 학교폭력 가해자를 집행유예 같은 가벼운 처벌로 석방해 왔다는 점에서 보면 사법부도 그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도 소년범에 대한 온정주의보다는 나이와 상관없이 강력범죄는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의 성장발달 속도를 고려해 1953년에 규정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조정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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