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마초 사건, 그리고 2년간의 군생활…. 오랜 공백기에 긴장할 법도 한데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컴백한 주지훈(30)의 얼굴은 편안하다. 가장 많이 변한 점으로 "제가 나이를 먹었죠"라고 웃으며 답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말투나 표정뿐 아니라 외모에서도 부쩍 성숙해졌다. 드라마 '궁', '마왕' 등 입대 전 작품에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움을 풍겼다면, 요즘은 솔직한 말투, 사람 좋은 웃음, 여기에 살짝 오른 살이 안정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노비 '덕칠'과 왕 '충녕'을 오가며 펼치는 코믹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6㎏ 붙였다.

"작은 디테일이라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부분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다보니 살을 찌웠다 뺐다 하잖아요. 그때 느껴지는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걸음걸이와 호흡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예를 들어 정량의 음식을 먹고 난 후 체격이 있는 사람은 앉을 때 체중이 살짝 뒤로 실리면서 몸이 젖혀지잖아요."

주지훈은 이번 영화에서 왕권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고 책 읽는 것에만 몰두하는 소심하고 유약한 세자 '충녕'과 하룻밤 사이에 '충녕'이 돼 버린 노비 '덕칠' 1인2역을 했다. "기존 작품들에서보다 감독을 자주 만났다. 특히 촬영 두 달 전부터 거의 매일 만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내가 살을 찌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1인2역이라고 해도 한 명은 왕이고 한 명은 노비다. 머슴을 떠올렸을 때 말랐을 것 같지는 않았다. 또 왕의 입장에서는 야채보다는 고기를 많이 먹어서 몸이 호리호리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계산이었다.

주지훈은 "6㎏ 찌우는 것은 쉽던데요?"라며 웃었다. "물론 많은 살을 한 번에 찌우는 것은 더 힘들다고 하더라. 암만 먹어도 일정 몸무게 이상은 안 올라간다고 하던데…. 또 그 살은 스트레스로 열량이 소모되면서 빠진다. 그런 분들은 쭉쭉 안 먹으면서 빼는 걸 더 쉽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나야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 살을 찌우고 빼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직업이 아닌데 살을 빼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존경스럽다"는 고백이다. "지금 찌운 6㎏ 중 2㎏ 정도 뺐다. 영화 홍보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밥 먹고 씻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그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데 일반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회식, 모임이 있는데 그 와중에 살을 빼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다"는 것이다.

살을 빼려면 '스트레스'를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안 먹어서 빼면 피부 탄력도가 떨어진다. 꼭 운동을 해서 빼야한다. 운동을 안 하고 식단조절로 뺐는데 몸이 좋은 사람들은 평소 운동량이 많은 분들일 것이다. 식사를 줄이고 몸에 좋은 야채를 많이 먹고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사실 나도 잘 못 지키다. 큰마음 먹고 멀리하면 주위에서 '나 피하니?'라고 묻기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촬영이 끝나자마자 주지훈은 SBS TV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후속 '다섯 손가락'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비운의 가정사에도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는 피아니스트로 출연한다. 자연스레 영화에서 불린 몸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하는 처지다.

주지훈은 "평소 술자리를 즐기고 운동을 안 좋아해요. 당구도 못 쳐요. 할 수 없이 운동을 하면서 살을 빼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지방을 태워 근육으로 만들어야 해요"라고 장난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도 "지방인 상태에서 안 먹고 빼면 근육만 빠져요. 그러면 노출 신에서도 말랐어도 캐릭터가 멋있어 보이지 않아요. 살을 안 빼면 안 되느냐고요? 감독님의 판단이잖아요. 거절하면 안 되죠"라며 프로페셔널의 면모도 내비쳤다.

전역 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1인2역, 전체 140신 중 131신 분량에 도전하더니 개봉도 하기 전 바로 드라마 출연을 결정지었다. 밀렸던 연기에 대한 갈망을 한 번에 몰아서 푸는 게 아닌가 염려스러울 정도다.

"꼭 연기 욕심 때문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뵐 수 있을 거예요. 그 이유는 제가 나이를 들어가면서 어렸을 때보다 공감하는 캐릭터가 많아졌거든요. 제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가 많아진 만큼 대중을 연기로 많이 찾아뵐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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