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투애니원(2NE1)'은 항상 파격을 시도하는 팀이다. 특히 가수들이 자신들의 콘셉트를 유지하기 힘든 지상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의상과 소품 등을 활용, 독특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9일 밤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2NE1의 글로벌 투어 '뉴 에볼루션(NEW EVOLUTION)'은 담백함이 인상적인 무대였다.

2NE1 멤버들은 의상이나 소품보다는 음악에 집중했다. 무대 한 가운데 뮤지컬 무대의 오케스트라 피트를 연상케 하는 공간에서 밴드가 모든 곡의 반주를 직접 들려줬다.

2NE1의 히트곡은 록 적인 요소가 다분한 사운드로 재편곡, 강렬함을 더했다. 마치 여름 록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무대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미 '잘 놀기'로 소문난 그룹인데다가 사운드까지 뒷받침 된 만큼 2NE1 멤버들은 한껏 자유로웠다.

괜한 브릿지 영상도 없었다. 멤버들이 무대 의상을 갈아입을 때 백스테이지를 보여주거나 백댄서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뿐 허울 뿐인 이벤트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인트로를 거쳐 '내가 제일 잘 나가'로 포문을 연 2NE1은 '파이어' '박수쳐' '아이 돈트 케어' '돈트 스톱 뮤직' 등 수많은 히트곡을 들려주며 분위기를 뜨겁게 몰아갔다.

멤버들이 개별 무대도 흥을 돋우는데 일조했다. 리더 씨엘(21·이채린)은 디제잉, 리드 보컬 박봄(28)은 솔로곡 '유 & 아이(You & I)', 막내 공민지(18)은 화려한 댄스를 선사했다.

특히 보컬 산다라 박(28)은 솔로곡 '키스'를 부를 때 남성 청중 1명을 무대 위로 불러 그의 볼에 키스를 하는 섹시한 무대를 연출, 남성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2NE1의 또 다른 히트곡 '아파' '론리' '인 더 클럽' 등의 히트곡은 어쿠스틱으로 재해석됐다. '론리' 무대에서는 1만명의 팬들이 동시에 '곁엔 블랙잭(2NE1 팬클럽 이름) 있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동시에 흔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잇따라 들려준 '어글리' '렛츠 고 파티' '헤이트 유' '고 어웨이' '캔트 노바디' 등 강력한 록의 옷을 입은 곡들은 공연을 화룡점정으로 치닫게 했다.

무대 중앙 뒤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영상은 멋을 부리기보다 해당 노래에 철저하게 복무했다. 씨엘과 공민지의 듀엣 무대 '플리스 돈트 고'에서 롤러코스터, 트로트풍의 신곡 '아이 러브 유'에서 불꽃놀이 등의 영상은 튀기 위한 것보다는 무대를 꾸미는데 보탬이 됐다.

지난해 8월 불과 체조경기장에서 몇 백m 떨어진 4000석 규모의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2NE1은 약 1년도 채 안 돼 1만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인기를 과시했다.

씨엘은 팬들을 향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얻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멤버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기보다는 노래 자체를 파고들며 사운드 질의 수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렇게 자신들의 '새로운 진화'에 대한 모색의 시간이 됐다.

같은 매니지먼트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빅뱅'의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힘을 보탰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단독콘서트를 연 2NE1은 이틀 간 총 2만명을 끌어모았다. 미국 뉴저지(8월17일) 로스앤젤레스(8월24일), 일본 오사카(8월31일~9월2일) 나고야(9월7~8일) 요코하마(9월11~12일), 사이타마(9월28~29일) 등지로 글로벌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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