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에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온 국민의 분노가 극한에 치달았다. 그래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양형 기준의 상향 등 여러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본지 2012년 6월 18일자에 '힘내라, 정은아!'라는 제목의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얼마전 그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30대 사촌오빠가 13세 조카를 10회 강간, 1회 강제추행한 범죄사실로 기소된 것으로, 필자가 '법률조력인'으로 선정되어 그 절차에 참여하게 됐다. 위 강간 및 강제추행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그리고 성폭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은 법정형이 7년 이상이고, 성폭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이다. 그리고 범죄가 여럿인 경우에는 제일 중한 범죄의 형의 장기의 1/2을 가중해 하나의 형을 선고한다.

이 사건에서 제일 중한 형은 강간이고 그 형은 7년에서 15년까지인데, 장기인 15년의 1/2(7년6월)을 가중하면, 작량감경하지 않는 한 최종적으로 7년에서 22년6월이 선고형의 범위가 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초범이나, 피해자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서 협박한 점, 범행이 상당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그 내용도 변태적인 점, 13세인 피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치심과 모멸감을 준 점,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적극 부인한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보았다. 그런데 최종 선고형은 징역 7년이었다.

위 강간 행위를 1회 해도 감경사유가 없는 한 최소 7년을 선고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강제추행 1회에 강간은 10회이다. 그런데도 7년부터 22년6월까지의 범위 중에 최하한인 7년을 선고한 것이다. 이것은 과연 합당한 형량일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아동 상대 성폭행 범죄의 최소 형량은 25년에서 나아가 최고 종신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최근 텍사스주에선 11살 소녀를 성폭행한 20대에게 징역 99년이 선고된 바 있다. 스위스에서는 아동성폭행범은 무조건 종신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로 결정되어 현재 시행중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15세 이하의 경우 최소 20년형을 선고한다. 중국은 14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형이라고 한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독 처벌이 약한 것일까?

2012년 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인 중 25%가 아동성범죄를 살인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38%는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즉 일반인의 63%가 최소한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을 직접 다루는 판·검사 등의 전문가의 2/3는 살인죄가 아동성폭력보다 더 중하다고 하였다.

또 일반인은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58%인데, 전문가의 81%는 집행유예가 적합하다고 했다. 또 친족간 강간의 경우에 일반인의 절반은 7년 이상이 적합하다고 보았으나, 전문가들은 2년에서 3년6월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42%에 달했다고 한다.

2011년 아동성폭력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 발생건수가 949건이다. 하루 3명의 어린이가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공식집계만 이 정도다. 살인이 육체적 파괴라면, 성폭행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파괴이고 그 트라우마는 평생을 간다. 독일 아동성폭력방지 공익광고를 보면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한 뱀이 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죽을 때까지 피해자의 몸을 기어 다니는 내용이 나온다.

위 1심 판결은 검사가 항소해 지금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법은 상식이다. 법을 다루는 필자가 보기에도 위 형량은 일반인들의 상식에 맞지 않아 보인다. 항소심에서는 부디 상식에 맞는 형량이 선고되기를 기대한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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