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고검 부장급 검사가 10억원 안팎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실무수습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행위를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가 하면 검찰 개혁 방안을 놓고 검찰총장이 중수부장과 대립하다 중수부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하고 중수부장은 이에 반발하다 결국 총장이 부하의 항명에 떠밀려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하나같이 황당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무소불위 권력에 안주해 제 허물을 덮어온 검찰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우리 법제상 검사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수사권은 경찰과 나누어 갖고 있지만, 영장청구 및 기소에 관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또 검사의 신분은 임용과 동시에 3급 공무원, 다른 정부 부처 국장급이다. 행정고시 출신들은 5급부터 시작한다. 이렇듯 권한이 검사에게 집중되다보니 어떤 검사가 수사하느냐에 따라 기소여부가 달라지기도 하고 특히 정치권이나 대기업 수사때마다 편향이나 봐주기 논란이 항상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번 '검사의 피의자 성추문 사건'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것이었다.

서로 합의해서 한 것이라는 검사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지만 설혹 사실이라고 해도 검사가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검사로서 윤리의식을 논하기 전에 보통 성인의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검사로 임명됐을까.

30대 초반인 이 검사는 20대 초반에 변리사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할 정도로 전도가 유망해 올초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 발령을 받아 실무수습중이었는데, 소속 부장검사로부터 '훌륭한 검사라서 보고 배울 게 많다'고 칭찬까지 받았다고 한다. 법무부의 검사 임용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법무부는 로스쿨 출신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기준도 없이 불투명한 방법으로 검사를 선발했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로스쿨 출신 검사에 대해서는 출신 학부조차도 공개를 거부해 왔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전국 각 로스쿨에서 검사를 뽑았지만 학부 기준으로는 42명중 30명 이상이 소위 'SKY'출신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2년동안 사법연수원에서 엄격한 평가과정을 거친 뒤에서야 비로소 검사가 될 수 있는 기존의 제도 하에서도 검사의 비리가 여러 차례 문제되었는데, 로스쿨 3년만 마치고 곧바로 검사에 임용되는 현행 시스템에서 이번 사건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사고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제 겨우 로스쿨을 졸업해 검사로서의 법률적 소양과 책임감이 현저히 부족한 자를 곧바로 검사로 임용하도록 방치한 현행 로스쿨 검사 선발 시스템 자체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법조일원화를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출신의 검사 즉시 임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대법원과 달리 법조일원화를 거부하면서 로스쿨 출신의 검사 즉시 임용을 강행해왔다. 심지어 그동안 계속적으로 선발해오던 경력 검사 선발 숫자마저 감축해버렸다.

로스쿨 제도는 공동의 모태 위에서 나중에 직역이 분화하는 형태다. 즉 다양한 변호사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충분한 사회적 평가를 거쳐 판·검사로 임용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로스쿨 출신들이 주정부 검사는 바로 될 수 있지만, 한국 검사에 해당하는 연방 검사는 5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로스쿨 도입의 대전제였던 법조일원화를 무시한 채 옛날처럼 똑같이 즉시 검사로 임용하겠다는 발상은 부처이기주의에 기인한다. 법원도 법조일원화를 도입해 사법서비스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검찰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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