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에 금융 소비자 370여명이 국민은행과 농협, 중소기업은행 등을 상대로 낸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소송에서 전부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김모씨 등 271명이 "금융소비자가 부담한 인지세와 근저당권 설정비용 4억3천여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출약정에 사용된 표준약관은 인지세 및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 선택권을 부여해 교섭을 예정하고 있는 개별약정이고, 담보 제공에 따른 이익이 고객에게 귀속되는 이상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고객이 담보 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소비자들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한 경우 그 대가로 저렴한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등의 혜택을 봤기 때문에 약관조항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소비자 109명이 중소기업은행과 농협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작년 9월 이모씨가 복사골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적용된 약관은 외형상 고객에서 선택권을 부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고객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금융기관의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충분한 설명이나 협의도 없이 대출 관련 부대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방편으로 운용된 약관이어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담보대출 때 발생하는 등록세, 교육세, 신청수수료 등의 부대비용인 근저당권 설정비는 통상 1억원을 대출받을 때 70만원 안팎이 발생한다. 그동안은 대출 약관에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나 고객 중 누가 부담할지 선택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신들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하면 대출금리를 높게 받고 고객이 부담하면 금리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고객에게 부담시켰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토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은행연합회는 약관 개정이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대법원은 "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한 은행 약관은 불공정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올해 초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은행들에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 돌려주라'고 결정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약 5만명의 고객이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시작했다.

우리 민법상 매매 등 유상계약에 관한 비용은 합의가 없으면 쌍방이 균분하여 부담한다. 다만 변제비용은 변제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본은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것이다.

근저당권 설정의 측면만 보면 담보의 확보이므로 은행이 수익자이지만, 주계약인 대출계약을 통하여 보면 대출을 받는 소비자의 이익 같기도 하다. 이번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후자로 본 것 같다.

그러나 대출을 통하여 은행은 담보에다가 이자까지 얻는데, 과연 고객만 이득일까?

물론 반반 부담하면 문제가 없지만 실상은 소비자가 전부를 부담하기에 불공정하여 무효인지가 소송의 최대 쟁점이다.

보아하니 금융기관측은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은행들이 서로 대출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여전히 은행은 서민에 비해 사회적, 경제적 강자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항소심 및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기다려진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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