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은정이(가명)는 고등학교 2학년때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 됐다.

고민하다가 남자친구와 합의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양가 부모 상견례도 했다. 다만 결혼식과 혼인신고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아이를 출산한 뒤 은정이는 아이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은정이는 물론이고 남자친구도 경제적 능력이 없어 시댁에서 얻어준 2천만원짜리 전세방에서 살면서 정부 보조금과 시댁과 친정에서 얼마씩 도와주는 돈으로 근근이 아이를 양육해왔는데, 그 아기가 어느새 15개월이나 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크면서 그만큼 돈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은정이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았으나 고등학교 중퇴인 은정이가 할 만한 것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양육하는 은정이와 달리 남자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냥 '백수'로 지냈다. 또 다른 여자를 만나서 술 먹고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러더니 아기가 6개월 되던 즈음 집을 나가서 시댁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후로 시댁에서는 얼마간의 아이 양육비마저도 끊어버렸다.

은정이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남자친구와의 사실혼을 정리하고 아이의 친권 및 양육권을 가져오고 양육비도 받고 싶었다. 다만 그러려면 소송을 해야 하는데 소송비용이 문제였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한 미혼모지원센터를 통해 필자를 만나게 됐다.

당사자가 민사소송을 수행하려면 소장에 붙이는 인지세, 증거조사비용, 변호사 보수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변호사 보수가 많이 든다.

그런데 은정이의 경우처럼 경제적 무능력으로 인해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는 그런 이유로 소송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소송제도는 부유층이나 엘리트의 특권으로 전락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판을 받을 권리'는 공허한 것이 된다. 그런 이유로 경제적 약자에게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우리 법에 '소송구조 제도'가 도입됐다.

소송구조를 받으려면 먼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해야 한다'. 다만 위 비용을 지출하게 되면 자기나 동거가족이 통상의 경제생활에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로서 반드시 무자력자나 극빈자에 한하지 않아 예를 들면 생활보호대상자, 한부모 가족 등이면 가능하다.

다음으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 요건은 엄격하지 않아서 주장 자체로 이유 없거나 남용이라고 할 정도로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으면 된다. 다만 1심 패소의 당사자가 2심에서 소송구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2심에서 승소할 가망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 소명을 해야 한다.

절차적으로 소송구조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서면으로 신청을 해야 하고, 신청서에는 신청인과 그와 같이 사는 가족의 자금능력을 적은 서면을 첨부해야 한다. 또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해 결정할 수도 있다.

소송구조를 받게 되면 담당 변호사를 법원이 지정을 해주거나 당사자가 소송구조 변호인단에서 임의로 선정을 하면 된다. 재판비용 및 변호사 보수 등 대략 100만원 정도가 국고에서 직접 변호사에게 지급된다. 그리고 재판결과 신청인이 승소하게 되면 국가가 패소한 상대방에 대하여 직접 추심하게 된다.

은정이는 한부모 가정이므로 요건에 해당되어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할 수 있어 위 사건은 현재 소송구조로 진행중에 있다.

요즘은 일반 사람들도 권리의식이 높아져서 당사자가 직접 소송하는 경우가 많지만, 은정이처럼 미혼모의 경우에는 육아 및 직장 때문에 직접 소송하기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소송구조 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법원, 변호사는 물론이고 미혼모 단체 등 관련단체에서 많은 홍보와 활용이 필요하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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