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민선 여성 대통령이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남성에 의한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터져나오는 각종 성추문을 보면 과연 우리가 국격을 논할 수 있을지, 민도를 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형사적으로 성범죄는 통상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한 강간이나 추행등을 말하고, 그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성적 모멸감을 주는 언동 등은 성추행으로 분류된다.

성범죄는 형법 등에서 직접 규율하고 있으나, 성희롱은 그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간혹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다루어지거나, 남녀고용평등법 등에서 간접적으로 다루어 질뿐 성희롱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여 행위자를 벌하는 형사 입법은 현재까지는 우리나라에 없는 듯하다.

형사 사건이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에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피해자로부터의 고소·고발 등이 없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 비율을 암수율이라 한다.

성희롱 사건은 상담을 받으러 온 피해자에게 필자가 적절한 법률적 해결방안을 제시하여도 상담만 받고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가장 빈번한 사건중 하나이다.

성희롱 사실이 알려지면 사실상 가해자에 비해 피해자가 더 큰 손해를 보는 후진적인 사회구조 탓에 피해자는 법적 해결을 망설이는 데다가, 필자조차 그런 현실때문에 법률가로서의 정의감만을 앞세워 법적 절차에 착수할 것을 적극 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친개에게 한번 물린샘 치자'며 참고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직장내 성희롱이다.

지위를 이용하여 일삼는데, 피해자는 생계를 위해 어쩔 도리없이 성희롱을 참으면서 직장을 계속 다닐 수 밖에 없고, '미친개'는 횟수와 강도를 더하여 성희롱을 일삼는 경향이 강하며, 종국에는 피해자가 오히려 조직의 융합의 깨는 까탈스러운 직원이라는 오명을 쓰고 직장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때로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의 로맨스의 상대방으로 변신하여 구설에 오르내리다 가해자의 배우자로부터 머리채까지 잡히는 일까지 있으니 이쯤되면 직장내 성희롱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해지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특별히 규율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내 성희롱을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직장내 성희롱을 해서는 안되며, 사업주가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해진다.

사업주는 직장내 성희롱을 알았을 경우 지체없이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만일 가해 직원의 징계 등을 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해진다.

그리고, 피해자가 관계기관에 진정, 고소 등을 한 것을 이유로 사업주가 그 피해근로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한 조치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물론 가해자는 이와 같은 형사적 제재와 아울러 민사적 손해배상책임도 별개로 지게 된다.

직장내 성희롱을 개인의 인내 영역이나 조직문화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형사법의 전근대성의 탓인지 형사적으로 강한 입법을 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직장내 성희롱 처벌규정도 간접적으로 성희롱 방지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여 이를 어기면 가벼운 제재만 할 뿐 직접적인 형사처벌을 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모습에 비추어 우리 규범체계 내에서 성희롱 영역은 아직까지 도덕과 법의 중간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경우 필요이상으로 범죄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그런 까닭에 형사정책적으로 정의감에 반하는 행위 모든 것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법하지도 않은 영역으로 남겨둘 필요는 있다.

그리고 어쩌면 성희롱이 그 영역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같은 비범죄화의 필요성이 성희롱 피해자의 구제와 성희롱의 방지라는 국가적 과제를 잊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의 액수를 크게 인정함으로써 피해자를 구제하고 간접적으로 성희롱을 억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약력 ▶고려대 법학과 졸 ▶전 삼성카드 법무팀 ▶전 한국언론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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