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어느 날 법원에서 당신에게 '손해배상금 받아가세요' 라는 안내장이 왔다. 최근 3개 카드회사를 상대로 한 개인정보유출사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누군가 승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도 개인정보유출 피해자이고, 너무 화가 났었지만 굳이 소송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비용은 둘째 치고 귀찮았다. 그런데도 법원에서 알아서 돈을 주겠다고 한다. 당신은 기쁜 마음에 법원에 신청을 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생각한 금액의 3배가 손해배상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당신은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돈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꿈이었다.

그런데 꿈이 아닐 수도 있다.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말이다.

'집단소송제'는 회사나 어떤 특정인의 잘못된 행동에 의해 다수인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자 중의 한 사람 또는 일부가 다른 피해자들을 대표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판결의 효과는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 미친다.

이는 개별적 피해의 규모는 작지만 피해자가 많은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피해구제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소송방식이다.

개개인이 별도로 소송을 할 경우 비용과 노력의 낭비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소송가액이 크지 않아 포기하기 쉬운 소액피해자들에게 재판의 기회를 줄 수 있다. 미국에서 제기됐던 고엽제소송, 석면소송, 자동차 관련 소송, 담배소송 등이 집단소송의 형태로 제기된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소수주주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증권분야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되어 시행중에 있다.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의 손해 원금과 이자에 형벌적 요소로서의 금액이 추가적으로 포함되어 배상하도록 한 제도로서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악의적·반사회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다.

이 제도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함께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함으로써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이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기 위한 형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소비자가 기업의 제조·광고·담합·판매·소비자정보관리 등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그중 일부 소송 승소로 모든 관련 소비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소비자집단소송법을 발의했다.

소비자집단소송의 대상은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제조물피해, 담합피해, 개인정보유출피해, 부당약관피해, 허위과장광고 및 표시피해, 전자상거래·방문판매·할부판매로 인한 피해 등이다.

물론 기업 쪽에서는 여전히 남소의 우려가 있느니,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느니 하며 반대 여론 조성에 힘쓰고 있지만 건전한 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도입에는 신중해야 하는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은 어마어마한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집단소송에서 패소하면 기업은 거의 다 파산한다. 기업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이번 개인정보유출 사건 소송인은 대략 만명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그 만명에게 50만원씩 지급하면 50억원이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한 사람이 승소하면 기업이 피해자 모두에게 물어줘야 한다. 이번 카드회사의 개인정보유출사건의 피해자를 대략 천만 명이라고 잡으면 카드회사는 1인당 50만원씩 총 5조원을 지급해야 한다. 거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그 3배인 15조원을 배상하라고 하면 기업은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보안에 투자를 소홀히한 기업과 솜방망이 제재에 불과했던 법제로 인해 국민들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무방비로 당해오다가 결국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사건으로 개인금융정보까지 털리면서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두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라도 이번 개인정보유출 손해배상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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