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대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
  • 중부매일
  • 승인 2014.02.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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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된 경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이 법안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2차 피해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유출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지만 카드사에서는 법대로 처리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을 뿐 정보유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구제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이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되어도 그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여 스스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배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언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이외에 징벌적 의미의 추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1763년 영국에서 처음 인정된 이래 미국, 캐나다 등에서 받아들여져 왔고, 최근에는 러시아, 중국에서까지 일부 인정되고 있다.

미국에서 한 할머니가 맥도널드에서 500원 남짓하는 뜨거운 커피를 한 잔 사서 이를 들고 나오다 쏟는 바람에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맥도널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에서는 맥도널드가 뜨거운 커피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경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손해배상금 16만 달러에 더하여 48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인정하여 총 64만달러(한화 약 6억 5천만원)를 할머니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고작 500원 가량하는 커피를 부주의하게 판매한 대가로 6억원이 훨씬 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만든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이와 같은 판결은 미국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책임을 기업에 부과하여 기업 스스로 고도의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처럼 실손해에 대한 배상만을 인정하는 법제 하에서는 소송을 제기해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배상금에 비해 이를 지급받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더욱 큰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피해자가 더 큰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소송으로 주장하기가 어렵고, 가해자 입장에서도 피해자가 정식 소송으로 청구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점잖은 요구를 배째라식으로 외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거의 매일 소송을 위해 법원을 드나드는 필자조차도 몇 만원 되는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큰 기회비용을 치르며 굳이 소송을 제기하지는 못하고 민원만 제기하다가 제풀에 지쳐 유야무야 넘긴 경험이 많은데, 하물며 소송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들은 오죽할까 싶다.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무분별한 소송이 난무하여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소액 피해자들에 대해 소송제기의 동기를 부여하게 됨으로써 소송을 통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 정의를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친기업 성향이 높은 미국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령이 200개가 넘게 존재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그 제도로 인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소비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을 가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정당한 기업활동을 저해하여 기업의 발전을 막는다는 논리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반증이다.

소비자 주권의 강화는 글로벌 비즈니스 트랜드가 되었고, 트랜드를 거역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예방주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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