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어김없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이 이전의 개인정보유출과 다른 점은, 양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그 유출 피해자이고, 질적으로 그 정보가 민감한 '금융' 정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3개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민적 공분은 '임계점'을 넘어버렸다.

최근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에 서울에서는 몇몇 변호사, 법무법인에서 수백, 수천명의 신청인을 모집하여 집단적으로 소송을 하고 있고, 특히 전 국회의원인 원회룡 변호사는 이번에 수료하는 사법연수원 43기 10명을 모아 인지대만 받고 공익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과 함께 그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필자가 알아보니 충북 지역에서도 몇몇 변호사가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해서 영리를 목적으로 집단소송을 진행하기에는 신청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집단소송은 원고들을 모집하고 정리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기에 변호사들이 생각은 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그 몇몇 변호사를 접촉해 논의를 거쳐 실리보다는 명분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들 공감했고, 그렇다면 변호사의 공익적 사명에 근거하고 사안의 성격상 우리 지회 차원에서 공익적으로 소송지원단을 구성하여 공익소송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소송을 하려는 사람은 비용을 카드사별로 인지대 5천원만 지불하면 된다. 나머지 송달료 등은 공익 소송단에서 지원하기로 하였고, 다만 승소금액의 10%는 어려운이웃돕기에 기부하고 남은 90%를 피해자들에게 반환한다. 카페(http://cafe.naver.com/cblawyer)도 개설했다. 일단 주위 지인들을 모아보니 약 100여명으로 1차 소송을 접수할 것 같다. 이후 추가로 모집하여 2, 3차 소송에 들어갈 것이다.

최근에 SK컴즈의 네이트 및 싸이월드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회원 3천500만명의 아이디와 이메일,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된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는데, 원고패소 했다.

재판부는 "SK컴즈는 해킹의 수법, 해킹 방지 기술의 한계, 해킹 방지 기술 도입을 위한 경제적 비용 및 그 효용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사안을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유출소송과 비교해 보면, 먼저 판결에 의하면 '네이트 사건'에서는 외부 해커 소행이고, 피고회사는 관련 기술적 조치를 다하였다는 것이지만, 이번 '카드사 사건'은 내부자(협력업체) 소행 및 과도한 접근권한 등 관련 법령 위반의 정황이 있다. 또 정보보호절차에서 '네이트 사건'에서는 정보통신망법상 기술·관리적 보호절차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았으나, 이번 '카드사 사건'에서는 외주업무 보안규정 위반, 주민번호 및 카드번호의 암호화 및 USB 통제프로그램미설치 등 금감원 '전자금융감독규정' 위반 등의 정황이 있다.

문제는 손해배상의 금액이다. 이전 SK브로드밴드의 '고객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건' 에서 20만원의 손해배상금이 인정된 경우가 있다. 그 사건은 고객의 동의없이 협력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이지만, 이번 사건은 협력업체도 아닌 제3자에게 넘길 의도로 정보를 '유출'한 것이고, 그 정보도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이어서 만약 승소한다면 위 사건보다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팔, 다리만이 자기의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구고 내가 어디에 살며 내 재산이 얼마인가에 대한 정보도 나에 대한 일부다. 과거의 '인신'매매와 지금의 '개인정보'매매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어디선가 범죄집단에서 나의 신상에 대해서 흥정을 하고, 시장의 물건처럼 이리저리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일이 당장 코앞에 닥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그런 일은 당신한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무관심의 대가는 당신 자식이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니 오늘 술 한잔, 커피 한 잔 참고 만원으로 세상을 바꿔보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