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근 '칠곡계모사건'의 계모 임모씨에 징역 10년이 선고돼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 칠곡에서 계모가 8살 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인데, 대구지법은 계모에게는 징역 10년, 친부 김씨에게는 징역 3년을 각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계모 20년, 친부 7년)과 비교하면 계모 임씨는 절반, 친아버지는 절반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법원은 "상해치사죄의 권고 형량 범위(양형기준)는 징역 4년~10년 6월인데 이 사건은 피고인(칠곡 계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므로 합당한 형량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법조문에만 매달려 사건의 본질을 외면했으며 형량을 기계적으로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계모사건'을 보면서 필자가 작년에 맡았던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 법률조력인 사건중 하나가 기억난다.

당시 중2학생인 피해 여학생은 사정이 있어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는데, 마침 그곳에 놀러왔던 서른 가량의 사촌오빠에게 무려 40여 차례(다만 기소된 것은 12차례) 성폭행을 당해 신장파열은 물론, 피해자가 자살시도까지 했던 사건이었다.

부모도, 외할머니도, 학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외딴 섬에 갇힌 피해자에게 살 길은 오로지 가해자가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었다.

가해자는 그것을 근거로 '연인' 사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낄 때 그 사람의 성격의 일부가 떨어져나와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정신의학적으로 해리현상(Dissociation)이라고 해서 자기보호 본능의 하나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중형을 받기를 원했다. 사형을 시켜달라고까지 했다. 징역을 다 마치고 나와 보복하면 어떡하냐며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 두려움에 어느 날 손목에 칼을 긋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재판부에 전달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지도 않고, 피해자와 합의도 안됐으며 피해자가 평생 겪을 극심한 고통을 생각하면 '중형'을 피할 수 없다고 하며 '징역 7년 6월'을 선고했다.

선고 다음날, 피해자는 필자에게 찾아와 자기는 15년은 나올 줄 알았는데, 어째서 그 반밖에 나오지 않았냐고 하며 교도소 출소후 보복이 두려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필자도 최소 10년은 예상했는데 뜻밖의 결과라 양형기준을 찾아보았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이나 특수강간(흉기, 2인 이상 등)의 경우 기본은 5년에서 8년이고, 가중하더라도 6년에서 9년이었다. 피해자는 15살에 불과하고, 강간횟수도 12회(실제로는 40회), 죄를 부인하였기에 피해자와 합의도, 반성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강력한 처벌의사가 여러차례 재판부에 전달되었다. 처음에는 재판부가 원망스러웠지만 양형기준을 보고 나니 이건 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였다.

법관이 '법정형'(각 범죄에 대응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형벌) 중에서 선고할 형의 종류(예컨대, 징역 또는 벌금형)를 선택하고,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형의 가중·감경을 함으로써 주로 일정한 범위의 형태로 '처단형'이 정해지는데, 참조되는 기준이 바로 양형기준이다.

양형기준은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양형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양형기준은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서 정한다. 위원회는 법관 4인, 검사 2인, 변호사 2인, 법학 교수 2인, 그밖에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 2인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양형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피해자의 고통과 처벌의사인데 그것을 법조인들이 진심으로 대변해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자신의 눈알을 뺄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이빨을 부러뜨렸다면 그의 이도 부러뜨릴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으로 기원전 1792년에서 1750년에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왕 시대의 '함부라비 법전'의 동해보복원칙이다. 야만적일까. 표현이 좀 거칠뿐, 받은 만큼이고 그 이상을 돌려주지 않은 만큼 정의에 제일 부합한다. 먼 옛날 이야기에 불과할까? 지금도 중동 일부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제일 부합하는 정의관념일 것이고, 최근 대다수 국민들이 소위 '계모사건'으로 인해 이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죄'에 대하여는 그에 합당한 '벌'이 있어야 한다.

양형기준을 국민정서에 맞게 다듬는 것에 대해 사법부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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