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변호사
법무부 교정자문위원

 빅토르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는 아버지가 없어서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 일곱 조카들을 부양하는 장발장이 등장한다. 장발장은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체포되어 19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했다. 현재 우리나라 형벌법규에 따르면 너무나도 가혹한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천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하는 일이 종종 있는가 하면, 음주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하단 적발될 경우 사형 집행하는 나라도 있고, 약하게는 길거리에서 여성이 신체의 일부를 노출하면 처벌되거나 야외에서 담배를 피거나 껌을 씹는 경우 벌금을 내는 법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어떤 죄를 지었을 때 어떤 벌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각 국가별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처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일정한 행위를 범죄로 평가하는 것은 그 행위규범을 만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범죄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을 성문화한 것이 형벌법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크게 발달한 구미제국의 경우는 정부의 재정과 관련된 탈세와 관련한 형벌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하고, 종교적 성결함을 강조하는 아랍제국의 경우에는 성과 관련한 형벌규정이 엄격하다. 역사적 문화적 특성이 그 나라의 법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나라의 법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 국민성 등을 역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예컨대, 타인의 소유 빵을 절취했다가 19년형을 받은 장발장이 살던 시대는 식량이 매우 부족했거나, 사적 재산권의 절대적 보호가 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자본주의의 확립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형벌법규는 사전에 국가가 금하는 행위의 기준을 국민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자는 미리 법규에 규정되어 있는 형종, 형량에 따라 처벌된다. 어제까지 합법적인 행위를 오늘 금하면서 어제의 행위까지 소급하여 처벌할 경우 국가의 자의적 형벌권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 하고, 우리나라는 이를 형법 제1조에 규정하고 있다.

 미래의 행위지침이 되는 형벌법규는 과거 현실을 반영하여 제정되므로 형벌법규가 국가구성원의 현재의 현실인식보다 뒤처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특정 범죄에 대한 형벌의 종류와 크기는 형벌법규 제정당시 여러 법익간의 균형을 고려하여 결정되고 각 법익의 대한 중요성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범죄간 형벌의 균형은 항상 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과 규범의 간극과 범죄간 형벌의 불균형은 형벌법규를 현실에 맞추어 업데이트하여야 하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혜안을 갖거나, 남들보다 부지런한 의정활동을 통해서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계모의 전처소생에 대한 학대, 아동에 대한 성범죄, 그리고 부녀에 대한 묻지마 강력범죄 등이 뉴스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그 범죄자의 처벌이 국민의 정서에 비추어 너무 가볍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물론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 실정법 위에 정서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형벌의 강화가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필요조건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와 같이 아동이나 여성을 상대로 한 중대 범죄의 현행 형량은 국민의 법감정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들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약자여서 더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국가영속을 보장하는 전제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위와 같은 형벌 강화요구를 국민의 일시적인 감정표출로 받아드릴 것이 아니라, 그 정당한 민심을 실정법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아동이나 여성이 가부장적 부권에 종속되어 있다고 여기던 전근대적 사고가 남아있고, 그 현실은 형벌법규를 통해 고스란히 읽혀지고 있다. 이러한 전근대적 요소를 법에서 제거하는 것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거나, 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촬영을 위해 도심교통을 통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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