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법조계 내에도 전설이 있다. 서울대 법대 수석에 사법시험 수석 합격의 원회룡, 고졸 신화 노무현, 고시 3관왕의 고승덕, 그리고 안대희.

안대희는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재학중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25세에 검사에 임용됐는데, 당시 안대희는 검사의 표본이었다. 법조계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던 안대희가 자신이 겪은 가장 청렴하고 능력있는 검사라고 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와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실체를 파헤쳐 국민들 사이에서 '안짱'으로 불리며, 검사 최초로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다. 그 후 대법관을 거치고 최근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전관예우'란 복병을 만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전직 판·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맡은 소송에 대해 법원이나 검찰이 유리한 판결이나 결정을 내리는 특혜가 '전관예우'다. 쉽게 '관피아' 법조계 버전이다.

2011년 개정된 변호사법은 법조계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판·검사 등이 변호사 개업시 퇴직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을 1년 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전 변호사법 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지를 가진 것에 유의해 금지기간을 1년으로 하고, 해당 기관을 법원이나 검찰청, 군사법원 등으로 한정했다. 다만 형사처벌 조항을 두지 않고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체징계를 하게 했으나, 실제 징계한 사례가 드물고, 처벌의 강도가 경미해 실효성은 의문이다.

지난해 6월에 실시한 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761명 변호사 중 90%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법원, 검찰 출신 변호사 104명 중 67%인 70명이 인정했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전관예우가 검찰 수사단계, 형사 하급심 재판의 순으로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필자 경험으로 민사는 이론싸움이어서 판사 판단여지가 많지 않아 전관의 영향력이 그다지 없다. 그러나 형사에서는 판사의 재량이 많은 부분이 있다. 구속영장, 보석 등 그 중에 집행유예가 그것이다. 범죄 중에 공무원범죄, 선거범죄가 전관에 대한 수요가 많다. 물론 돈 많은 사람이야 사소한 사건에도 전관출신을 선임한다. 최근 광주에서 논란이 된 일당 5억원 황제노역은 전관예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전관'이면 무조건 '예우'인가? 최근 서울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된 60대 피고인이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재판부에 부탁해 보석으로 석방시켜 줄 수 있다고 해 선임했으나 석방이 안되자 "전관예우 득을 보지 못했으니 수임료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또 안대희가 소송을 맡았던 사건 승소확률은 살펴보니 대략 20%도 안된다. 사건이 어렵거나 승소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이 주로 전관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즉 전관이 아니라 재판부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이냐가 관건이다. 그러므로 '예우'는 전관이 아니어도 있다. '전관'이 아닌데도 전관보다 판사들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어서 전관보다 더 많은 '예우'를 받았다는 '비전관' 변호사도 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전관 변호사가 '예우'를 과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형사에서는 대부분 의뢰인이 먼저 전관을 찾는다는 것이다. '예우'를 기대하고 말이다. 당연히 선임료는 대략 3배에서 1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당사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다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고자 하는 이기주의 심리가 깔려있다. 그리고 누구나 '전관예우'를 비난하지만, 막상 본인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그들도 '전관'을 찾는다. '예우'를 기대하고 말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전관'은 없어질지 몰라도 '예우'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지역주의, 학연주의 그 근저에 뱀처럼 꽈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전관'만 비난하는 것은 부처님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 근본적으로는 기같은 우리 사회의 병폐가 치유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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