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 법무부교정자문위원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남한의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개소리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중2로 대표되는 10대 중후반의 소년들의 일탈과 반항이 어른들의 범죄 못지않게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함께 중2병이란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중2병은 사춘기 혼란에 빠져 반항과 일탈을 저지르는 소년들로 인한 사회 병리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중2범죄 대신 쓰이는 중2병이라는 용어에는 어린 소년들의 반항과 일탈을 개인의 범죄로 보기에 앞서 이를 사회 병리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회적 합의가 포함돼 있다. 즉, 소년들의 반항과 일탈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여기기 보다 치유와 선도의 대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온정적인 시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형사정책 수립과정에도 반영돼 19세 이하의 소년들의 범죄를 규율하기 위해 소년법이 제정돼 시행중이다. 그런 까닭에 소년법에 따라 소년범을 교정시설에 구금하는 격리처우는 가급적 피하고, 선도를 통해 재범방지와 사회복귀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년원이라 불리우는 소년교도소에서 재사회화 교육을 받고 있는 소년범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소년범의 평균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재범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소년들에 의한 살인, 강도, 강간, 방화와 같은 죄질이 나쁘고 평소의 인격 장애가 발현돼 발생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필자는 소년원에 송치된 소년범의 보호사건 보조인(필자 주: 소년사건의 경우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가 아니라 보조인으로서 변호를 한다)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녀가 포승에 꽁꽁 묶여 재판을 받으러 오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자녀의 일탈이 중2병 정도가 아니라 소년범죄자가 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소년범의 증가와 강력범죄화는 최근들어 급속해진 가족의 해체와도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대다수 소년범 부모들은 부모의 책임임을 통감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약속하고, 자식의 행위에 선처를 구한다. 그러나 간혹 "자기인생 자기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면서 피해자에 대해 배상을 거부하고, 자식이 잘못한 걸 왜 자기에게 따지냐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 황당한 반응은 언뜻 냉정하지만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도의적으로는 완전히 틀린 말이고, 법적으로도 잘못된 말이다. 왜냐하면 민법 제755조 제1항에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미성년자가 그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을 만큼 어려서 그의 행위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그 부모가 대신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가 미성년자이지만 그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져야하는 경우에는 부모는 위 민법 제755조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판례는 미성년자가 독립적으로 불법행위책임을 져야하는 경우에도 그 부모는 미성년 자식에 대한 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므로 직접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미성년의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부모는 도의적인 책임을 넘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중2병 혹은 소년범죄 발생의 원인이 된 가정의 해체에 그들 부모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중2병과 같은 사회 병리현상에는 상처에 약만 바르는 사후 형사정책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중2병을 앓고 있는 소년범 문제에 대하여는 법적인 접근에 앞서 가족 전체에 대한 힐링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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