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의뢰인 K는 방송관련 일을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 직장 선배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는 사람 중에 전 백화점 직원인 J라는 사람이 있는데 백화점 명품을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K도 과연 그런가 싶어서 J에게 150만원을 보냈더니 300만원하는 샤넬백을 백화점에 구매예약을 해놓았으니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K가 백화점에 가보니 실제로 샤넬백이 구매예약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K는 J를 신뢰해 명품가방, 시계, 냉장고 등을 J를 통해 반값에 구매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난 어느 날, J는 본색을 드러내 K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백화점 명품을 반값에 구매해서 80~90%에 팔아 그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1주일이나 늦어도 한달안에 원금의 2배로 돌려주겠다고 하여, K는 정말 그런 방식이 있는가보다 하고 몇백만원씩 투자하다가, 나중에는 4천만원까지 투자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초기에만 수익이 조금 들어오더니 갈수록 수익은 둘째치고 원금도 제때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독촉을 해보면 어음이 들어와서 시간이 걸린다거나 수표가 지급정지가 되어 당장 지급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주위에 알아보니 K뿐만 아니라 여러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실제로 물건을 반값에 구입해서 80~90%에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나중 투자자의 돈으로 선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일종의 피라미드 금융사기였다.

이같은 사기를 소위 '폰지사기'라 한다.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되었다.

찰스폰지는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이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에 착안하여 해외에서 이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하였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재투자를 하는 한편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모집하게 되었다.

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져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투자 총액이 몇달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그리고 2008년 12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매도프가 금융사기로 FBI에 체포되어 다시 한번 폰지사기가 인구에 회자되었다.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한 뒤 20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대 65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행각을 벌였다. 매도프 고객은 수천명의 부유한 투자자와 유대인 자선단체, 유명인사, 퇴직자들이며 그의 금융 사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 지불 능력보다 더 많은 인출이 일어나자 전모가 드러났다. 나스닥 회장을 지낼 정도로 한때 월가의 스타로 군림했던 매도프는 15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중이며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은 사기 사건이 드러나자 2년 후 자살했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한 이런 범죄는 주로 상류층, 지식인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돈에 눈먼 우리사회 자화상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