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변호사
법무부 자문위원

존 F 케네디는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오스왈드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 후 미연방 정부 조사기구에서는 이 사건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짓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케네디 암살이 CIA 혹은 KGB의 소행이라고 믿거나, 심지어 당시 영부인이었던 재클린의 미모 때문에 재벌에 의해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73%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사건에 다른 배후 혹은 실체가 있다는 풍문을 '음모론'이라 한다. 9·11 테러 미국 정부 자작설, 다이애나 사망 영국 왕실 개입설, 아폴로 11호 달착륙 연출설, 히틀러 생존설 등이 그 대표격이고, 우리나라는 세월호 침몰, 천안함 침몰,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다른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음모론은 원인과 결과를 확실히 알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상태 하에서 정보통제와 불명확한 정보해석이 가미되어 그럴싸한 인과관계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후에 과학적 자료와 명확한 인과관계가 추가로 제시되어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음모론은 '정보의 불균형→인과관계에 관한 주관적 의심→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가설(음모론)의 등장→확대재생산'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음모론의 본질은 '정보의 불균형'과 '부실한 인과관계 설정'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정 정파의 음모론을 부정할 경우 그는 이내 '수꼴' 혹은 '좌빨'로 매도되어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까지 있으니, 음모론이 술자리 안주거리로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외국에 비해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정보의 불균형은 국가기관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 수준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국가권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하고 있으며, 언론은 국가권력을 적절히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의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불균형 문제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국가와 언론의 인과관계 왜곡에 대한 문제는 변호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인과관계는 선행사실과 후행사실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한다. '겨울이 오면 온도가 내려간다'는 명제는 일반적으로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명제로 설명될 수 있겠고,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은 인과관계를 무리하게 확장하여 까마귀를 비난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아주 복잡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실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형법의 적용시 인과관계 판단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살인자를 낳은 부모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정도의 깜냥이 필요할 뿐이다.

국가와 언론은 세월호 사건에서 유병언의 배임·횡령·뇌물혐의가 사건의 본질인 양 이야기한다. 심지어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속보가 나오자마자 유병언이 사망했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의 책임의 최종책임자가 없어졌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유병언은 세월호 사건에 책임있는 여러 범죄자중 1인에 불과하고, 참사의 본질은 오히려 국가 재난대응 시스템의 부재와 그 책임자의 업무해태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국가와 언론의 인과관계의 왜곡과 초기 정보의 불균형이 유병언 사망에 대한 음모론, 참사 원인에 대한 음모론을 창궐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국민에 대한 처벌을 이야기 한다. 이는 참사에 대해 본질적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의 바람직한 자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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